HD현대마린솔루션(구 현대글로벌서비스) 상장,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방안은 어디에?
-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분할의 데자뷰, 금융위원회 대책 재검토 필요
이번 5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하 HD마린)에 대한 몸값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모회사 HD현대는 지난 2021년 기업가치 약 1.7조 원에 38% 지분을 KKR에게 팔아 6534억 원을 마련했는데, 보통pre-IPO 투자자는 연 15~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하니 3년이 지난 지금 52~72% 이상이 필요하다. 이것이 지금 논란이 되는 3조 원 몸값의 기초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기업가치 논란에 묻히고 있는 것이 있다. HD현대의 일반주주들 문제다.
HD현대 주가는 2017년 분할 재상장 후 7년간 약 21.7% (액면분할 기준 재상장일인 2017. 5. 10. 종가78,000원과2024. 4. 17. 종가61,100원 기준), 그리고 HD마린 구주 매각 후 지난 3년여 동안약 18.5% (해당 거래 종결일 2021. 6. 1. 종가 75,000원 기준) 하락해 일반주주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겼다.현대중공업 분할 재상장 이후KOSPI 지수는 오히려 13.8% 상승했는데, 밸류업은 커녕 모자동시 상장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점에 대해 HD현대 정몽준 지배주주와 이사회에 대해 묻고 싶다.
이번 HD마린의 상장에서는 모회사 HD현대의 60% 이상을 들고 있는 다수 주주들,10% 이상 지분권자인 국민연금을 포함한 HD현대의 일반주주들은 과연 3조 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자회사 HD마린으로부터 어떤 이익을 받고 있는지, HD마린이 상장하면서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아닌지의 문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현재 모회사 HD현대의 시가총액은 약 5.3조 원인데 상장 예정인 HD마린이 기대하는 기업가치는 약 3.2~3.7조 원이다. 모회사 일반주주의 관점에서는 상당히 큰 사업부문이 새로 상장되는 것이다. 2020년 물적분할로 커다란 이슈가 되었던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데자뷰가 느껴진다.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후 재상장 과정에서 수많은 논의를 통해 2022년 9월 금융위원회는 강력한 대책을 내어 놓았다. 당시 결론에 따르면, 물적분할된자회사를 상장하게 되면 모회사의 일반주주들은 모회사의 가치에 자회사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회사에 대해 지분만큼의 권리를 행사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는 문제라는 인식 하에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회사에 대한 상장심사를 강화했다.자회사 상장시한국거래소가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노력, 예를 들어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이나 주식교환 기회부여, 배당 확대나 자사주 취득 등을 통한 주주환원 등을 심사하고 미흡한 경우 상장을 제한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금융위원회의 대책이 이번 HD마린 상장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대책에‘물적분할 후 5년 내 상장하는 자회사’라는 요건이 있어서 그렇다. HD마린은 지난 2017년 현대중공업이라는 큰 회사의 선박 유지보수(AS) 사업 부문이 분할된 회사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지주 부문을 포함한 네 개의 큰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면서HD마린은 물적분할해서 지주 부문에 붙여 두었다. 상장을 추진하는 올해는 물적분할 후 7년이 된 해다.
금융위원회가 ‘물적분할 후 5년 내 상장’이라는 요건을 붙인 것은 물적분할할 때부터 상장을 염두에 둔 경우에 모회사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렇게 물적분할 후 5년이 지나 상장하는 경우는 반대로 프리 패스를 받게 되는 것일까? 다시 말하면, 이번 HD마린과 같은 경우에는 모회사 일반주주의 보호 필요성이 없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모회사 HD현대 일반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2021년 회사가 100% 자회사인 HD마린의 지분을 KKR에게 매각하기 전까지는 당연히 HD마린의 가치가 모회사 HD현대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2021년 pre-IPO 성격의 지분 매각으로 갑자기 상장 가능성이 생겼고, 그 때부터 소위 ‘모회사 디스카운트’에 본격적으로 노출되게 된 것이다. 실제로 HD현대 주가는 매각 시점인 2021년 6월 이후 코스피 지수 대비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HD현대의 일반주주들에게는 자회사의 상장 이익을 돌려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난 17일 효력이 발생한 HD마린의 투자설명서에는 60%가 넘는 모회사 주주에 대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만약 모회사 HD현대의 배당 강화나 자사주 소각 또는 자회사 주식에 대한 현물배당 등 구체적 조치가 정해져 있다면 이것은 새로 상장하는 자회사 HD마린의 주주가 될 개인과 기관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투자설명서에는 이러한 언급이 전혀 없다.
‘물적분할 후 5년’과 같은 인위적인 요건을 검토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은 아쉽다. 상장한 회사나 회사의 이사회에 일반주주를 보호해야 할 충실의무와 같은 일반적 의무가 있다면 이렇게 세세한 기준을 하나하나 만들거나 검토할 필요성이 크게 적어지기 때문이다. 물적분할 후 5년인지 아닌지와 같은 형식적 요건보다, 상장과 같은 이벤트가 발생할 때 일반주주가 얼마나 피해를 입는지, 적절한 보상 수준과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훨씬 중요한 쟁점에 대한 논의와 치밀한 대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HD마린 상장 심사 과정에서는 금융위원회 2022년 대책의 근본적 취지가 크게 손상되었다고 본다. 앞으로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상장하는 회사들이 회사에 자금을 조달해 주는 수많은 일반주주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 대책을 갖고 있는지 철저히 심사해 주기를 바란다.
모자회사 동시상장의 문제에서는 자회사의 주주들 뿐만 아니라 모회사의 주주들도 전체적으로 모두 자본시장에 참여해서 우리 상장회사들에 대한 자금조달에 기여하는 투자자들이다. 이런 일반주주들이 전체적으로 보호 받지 못한다면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의 선순환과 한국경제의 성장은 어렵다.
2024. 4. 18.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이사 천준범
HD현대마린솔루션(구 현대글로벌서비스) 상장,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방안은 어디에?
-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분할의 데자뷰, 금융위원회 대책 재검토 필요
이번 5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하 HD마린)에 대한 몸값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모회사 HD현대는 지난 2021년 기업가치 약 1.7조 원에 38% 지분을 KKR에게 팔아 6534억 원을 마련했는데, 보통pre-IPO 투자자는 연 15~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하니 3년이 지난 지금 52~72% 이상이 필요하다. 이것이 지금 논란이 되는 3조 원 몸값의 기초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기업가치 논란에 묻히고 있는 것이 있다. HD현대의 일반주주들 문제다.
HD현대 주가는 2017년 분할 재상장 후 7년간 약 21.7% (액면분할 기준 재상장일인 2017. 5. 10. 종가78,000원과2024. 4. 17. 종가61,100원 기준), 그리고 HD마린 구주 매각 후 지난 3년여 동안약 18.5% (해당 거래 종결일 2021. 6. 1. 종가 75,000원 기준) 하락해 일반주주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겼다.현대중공업 분할 재상장 이후KOSPI 지수는 오히려 13.8% 상승했는데, 밸류업은 커녕 모자동시 상장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점에 대해 HD현대 정몽준 지배주주와 이사회에 대해 묻고 싶다.
이번 HD마린의 상장에서는 모회사 HD현대의 60% 이상을 들고 있는 다수 주주들,10% 이상 지분권자인 국민연금을 포함한 HD현대의 일반주주들은 과연 3조 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자회사 HD마린으로부터 어떤 이익을 받고 있는지, HD마린이 상장하면서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아닌지의 문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현재 모회사 HD현대의 시가총액은 약 5.3조 원인데 상장 예정인 HD마린이 기대하는 기업가치는 약 3.2~3.7조 원이다. 모회사 일반주주의 관점에서는 상당히 큰 사업부문이 새로 상장되는 것이다. 2020년 물적분할로 커다란 이슈가 되었던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데자뷰가 느껴진다.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후 재상장 과정에서 수많은 논의를 통해 2022년 9월 금융위원회는 강력한 대책을 내어 놓았다. 당시 결론에 따르면, 물적분할된자회사를 상장하게 되면 모회사의 일반주주들은 모회사의 가치에 자회사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회사에 대해 지분만큼의 권리를 행사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는 문제라는 인식 하에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회사에 대한 상장심사를 강화했다.자회사 상장시한국거래소가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노력, 예를 들어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이나 주식교환 기회부여, 배당 확대나 자사주 취득 등을 통한 주주환원 등을 심사하고 미흡한 경우 상장을 제한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금융위원회의 대책이 이번 HD마린 상장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대책에‘물적분할 후 5년 내 상장하는 자회사’라는 요건이 있어서 그렇다. HD마린은 지난 2017년 현대중공업이라는 큰 회사의 선박 유지보수(AS) 사업 부문이 분할된 회사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지주 부문을 포함한 네 개의 큰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면서HD마린은 물적분할해서 지주 부문에 붙여 두었다. 상장을 추진하는 올해는 물적분할 후 7년이 된 해다.
금융위원회가 ‘물적분할 후 5년 내 상장’이라는 요건을 붙인 것은 물적분할할 때부터 상장을 염두에 둔 경우에 모회사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렇게 물적분할 후 5년이 지나 상장하는 경우는 반대로 프리 패스를 받게 되는 것일까? 다시 말하면, 이번 HD마린과 같은 경우에는 모회사 일반주주의 보호 필요성이 없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모회사 HD현대 일반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2021년 회사가 100% 자회사인 HD마린의 지분을 KKR에게 매각하기 전까지는 당연히 HD마린의 가치가 모회사 HD현대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2021년 pre-IPO 성격의 지분 매각으로 갑자기 상장 가능성이 생겼고, 그 때부터 소위 ‘모회사 디스카운트’에 본격적으로 노출되게 된 것이다. 실제로 HD현대 주가는 매각 시점인 2021년 6월 이후 코스피 지수 대비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HD현대의 일반주주들에게는 자회사의 상장 이익을 돌려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난 17일 효력이 발생한 HD마린의 투자설명서에는 60%가 넘는 모회사 주주에 대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만약 모회사 HD현대의 배당 강화나 자사주 소각 또는 자회사 주식에 대한 현물배당 등 구체적 조치가 정해져 있다면 이것은 새로 상장하는 자회사 HD마린의 주주가 될 개인과 기관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투자설명서에는 이러한 언급이 전혀 없다.
‘물적분할 후 5년’과 같은 인위적인 요건을 검토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은 아쉽다. 상장한 회사나 회사의 이사회에 일반주주를 보호해야 할 충실의무와 같은 일반적 의무가 있다면 이렇게 세세한 기준을 하나하나 만들거나 검토할 필요성이 크게 적어지기 때문이다. 물적분할 후 5년인지 아닌지와 같은 형식적 요건보다, 상장과 같은 이벤트가 발생할 때 일반주주가 얼마나 피해를 입는지, 적절한 보상 수준과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훨씬 중요한 쟁점에 대한 논의와 치밀한 대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HD마린 상장 심사 과정에서는 금융위원회 2022년 대책의 근본적 취지가 크게 손상되었다고 본다. 앞으로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상장하는 회사들이 회사에 자금을 조달해 주는 수많은 일반주주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 대책을 갖고 있는지 철저히 심사해 주기를 바란다.
모자회사 동시상장의 문제에서는 자회사의 주주들 뿐만 아니라 모회사의 주주들도 전체적으로 모두 자본시장에 참여해서 우리 상장회사들에 대한 자금조달에 기여하는 투자자들이다. 이런 일반주주들이 전체적으로 보호 받지 못한다면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의 선순환과 한국경제의 성장은 어렵다.
2024. 4. 18.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이사 천준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