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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논평] SK이노, SK E&S 이사회 합병 재심의 요구 (2024-08-22)

202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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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SK E&S 이사회 합병 재심의 요구


“경영은 파이낸셜 스토리 아니다"

“SK사태는 빚에 대한 불감증 및 거버넌스 이해 부족에서 비롯”




우리나라 합병은 거의 예외없이 그룹 계열회사간 이뤄져서 주주간 이해관계 상충에 대한 깊은 고민없이 지배주주 중심으로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된다. 지난 7월 이후 두산 사태에서 보듯이 경영진들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했으므로 법적인 문제 없다고 주장한다. 그에 반해 일반주주와 금융당국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절차와 결과의 정당성을 요구한다. 시대가 바뀌어 경영자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데 박패밀리와 두산 전문경영인들의 일반주주 대하는 태도는 가히 80~90년대 수준이다.


SK(주)가 각각 36%, 90% 지분을 보유한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8월27일 합병 승인 주총을 앞두고 있다. 전자가 비상장기업인 후자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SK E&S 보통주식 1주당 SK이노베이션 보통주식 1.19주를 배부하는 합병비율(안)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신주 55백만주가 발행 된다.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는 보통주 주식수가 58% 증가해 대규모 희석화되므로 흡수하는 자산의 질과 합병비율이 중요하다.

 

SK그룹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라고 보인다. 빚에 대한 불감증과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경영자 입장에서 차입금은 적절하게 사용하면 ‘약’이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 극단적인 경우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이마트 같이 차입금이 과다하면 주가 또는 시가총액이 상승하기 어렵다. SK그룹은 배터리 등 주력사업 부진 속 방만한 투자로 차임금이 116조원 돌파해 빚이 많은 그룹 1위에 올랐다. 7월17일 이사회 결의 후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4%, SK(주) 11% 하락했다. 대기업집단 순위 2위 SK그룹 지주사 SK(주)와 간판기업 SK이노베이션 시총이 각각 10조원에 불과하다. 거대한 빚이 주가를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이 파이낸셜 스토리에 집착한 결과이고 회사보다 본인 보너스를 더 챙기는 2~3류 M&A 전문가들 많이 채용해 그룹 전체가 빚더미에 앉았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20년 매출 및 영업이익 등의 재무 성과가 아니라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은 성장 이야기가 중요하다며 ‘파이낸셜 스토리’를 주창했다. 밑지는 딜들이 수없이 많았고 투자는 그룹내 여러 팀들이 때로는 경쟁하면서 무분별하게 이뤄졌다.


그룹 입장에서는 금년 상반기에만 1.1조원 순손실 시현한 SK온 살리는 것이 가장 급할 것이다. 11분기 누적 적자이다. SK그룹은 향후 1~2년이 SK온 살리는 골든타임이라 생각한다. SK온의 국내 신용등급은 A이지만 현재 19조원 순차입금 규모 감안시, 미국이라면 부실채권(Distressed)으로 분류되었을 것이다. SK온은 부채출자전환이라도 받고 싶겠지만 힘있는 주요 주주인 MBK파트너스, 힐하우스캐피털 등이 수용할 가능성 없다. 과도한 빚에 시달리는 SK이노베이션은 합병 발표 전 까지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정크’) BB+ 이었다.


발행규모 기준 3.1조원의 SK E&S 상환전환우선주(RCPS, Redeemable convertible preference shares)도 사실 자본이 아니고 빚이다. 발행 당시 현금 상환의 경우 7.5% IRR 보장해줬고 이번 합병 계기로 미국 사모펀드 KKR 양해가 필요하므로 전환 대신 IRR 9.9%로 변경(Step-up)되었다. 결국 갚아야 할 빚이고 현금 상환 못하면 7개 도시가스 지분으로 KKR에게 현물 상환해야한다.


거버넌스 관점에서 이번 합병은 SK온 살리기 위해 SK(주) 일반주주가 ‘부자’인 SK E&S 재산 헐어서 ‘가난’해진 SK이노베이션 메꿔주는 셈이다. 일반주주 배려없이 지배주주 최태원 회장 입장에서 자산을 분할했다 붙였다 하니 의사 결정 메카니즘이 건전하지 못하다. 최 회장은 지난 수년 간 그룹 디렉터스 서밋(Director’s summit)에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조하고, “이사회 역량을 강화해 독립경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지배구조를 혁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막상 최 회장 본인, CEO, 사외이사 등 SK그룹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주주권리, 이사회 독립성 등 거버넌스 기본 개념 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밀어붙였기 때문에 성과보다는 후유증이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SK이노베이션이 90% 지분 보유한, SK(주) 손자회사인 SK온 상장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해 2021년 10월 설립된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 같이 쪼개기 상장을 염두에 둔 나쁜 거버넌스 사례이다. 분할 상장이 자회사 및 손자회사 단계에서 계속 이뤄진다면 SK(주) 및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는 계속 신음할 것이다.

 

이번 합병과 관련해 다음 5가지를 SK그룹에게 제안한다.


첫째, SK이노베이션, SK E&S는 각자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8.27일 주총 전에) 일반주주 입장에서 합병 필요성과 합병비율을 재심의한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천경훈 교수가 법률신문 기고문에서 밝히듯이 “합병과 같은 자본거래에서는 이사회가 사업적 관점 뿐 아니라 주주를 위한 최선의 이익인지 반드시 검토해야한다”가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둘째, 양사 이사회는 (사내이사가 배제되고)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합병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라. SK이노베이션 지분 6% 이상을 소유한 국민연금도 회사에게 유사한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합병 추진을 포기한 셀트리온도 이사회가 아닌 특별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합병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거버넌스 개혁이 진행 중인 일본에서 최근 세븐일레븐 브랜드로 유명한 유통기업 세븐&아이홀딩스가 캐나다 유통업체의 공개매수 제안을 받았다. 40조원 이상의 대형 M&A딜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세븐&아이홀딩스는 100% 사외이사로 구성된 “독립위원회”를 설치해 일반주주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 발표했다. 2023년 일본 경제산업성이 경영권 지배 목적 M&A 관련해 도입한 정부 지침에 따른 것이다.


셋째, 특별이해관계자인 SK(주)는 SK이노베이션 주총 개최시 의결권 행사를 삼가하길 바란다. 이번 합병은 양사를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가 대립하고 있으므로 외국인 포함한 일반주주만의 결의 받는 것을 제안한다.


넷째, SK이노베이션이 먼저 밸류업을 하고 합병 논의를 다시 시작해라. 순서가 바뀌었다. 두산과 한화도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경제금융 정책인 밸류업을 도외시한 채 지배주주 지분 확대를 꾀했다.


마지막으로 회사 측이 제시한 2030년 까지 현금흐름(EBITDA) 3.5배 개선 예상치 믿기 어렵다. 단순 합병시 24년 5.8조원 EBITDA에서, 6년 후 20조원 달성 목표한다고 SK이노베이션은 이번에 밝혔다. 일반주주 앞에서 자신있게 경영진과 이사회가 책임질 수 있는 숫자인가? 희망이나 꿈이 아닌 보수적으로 잡은 달성가능한 수치를 제시해라. 합병시 손익 변동성 축소는 사실이고 주가 밸류에이션에 긍정 요인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주식 수가 58% 증가하고 장기 성장성은 떨어질 수도 있다.


SK그룹 CEO들의 발언은 신뢰하기 어렵다. 2년 전 지동섭 SK온 사장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SK온은 분명히 세계 1위의 배터리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까지 SK이노베이션 기타비상무이사였던 전 SK(주) 대표이사 장동현 부회장은 2021년 3월 정기주총을 마친 후 “2025년, 주가 200만원 시대를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겠습니다”라고 투자자들에게 밝혔다. 그 당시 주가는 27만원, 지금은 14만원이다. 2025년은 내년이고 현재 주가는 목표주가의 1/10에도 못미친다. 빚에 중독된 실패한 “파이낸셜 스토리” 후유증이다.




2024. 8. 22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