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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논평] 상법개정→기업가치제고→주가상승→경제심리회복 재계는 왜 선순환 반대하는가?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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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기업가치제고→주가상승→경제심리회복   재계는 왜 선순환 반대하는가?


쪼그라든 시총은 재계가 주장하는 ‘장기 경영’ 실패 의미

 MSCI 선진지수 편입 전, 이머징지수에서 대만 추월해야

 삼성, 현대차, SK, LG 모두 경영 실패에 대한 사과 필요

 거버넌스 개선 통해 자본효율성 제고하는 ‘리셋’ 필요

 


작년 하반기 사석에서 만난 모 그룹 회장이 삼성전자 주가에 불만을 토로했다.  “삼성전자 주가 많이 하락한 것 같아 얼마 전 매수했는데 몇 주 만에 20% 빠졌어요”

하지만 이 분이 지배주주로 있는 그룹의 지주사 주가는 10년 간 70% 폭락했다. 자기를 믿고 투자한 일반주주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는지 궁금했다. 상장 후 주식의 비용은 제로라고 생각하는 회장, 대표이사들 여전히 많다. 재계 및 경제단체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주주 눈치 보느라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10년 후를 도모하는 ‘장기 경영’은 어려워진다고 엄살이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이들의 눈치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지난 수 년간 부진한 국내기업 경영성과 및 주가를 보면 이들이 주장하는 ‘장기 전략’의 장점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경영 실패를 외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닌지? 국내 상장사들은 자만감에 빠져 중국 등 해외 경쟁사를 평가절하하고 업계 흐름을 읽지 못한 결과 수익성이 나빠지고 빚만 급증했다. 이번 주 공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평가대상 69국 중 7계단 하락해 27위에 머물렀다. 한국 순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1997년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우리와 경쟁하는 싱가폴(2위), 홍콩(3위), 대만(6위)과 격차는 더욱 확대되었는데 주된 이유는 기업효율성 악화이다. 대만과 격차는 생산성/효율성, 경영 관행, 태도 및 가치에서 두드러진다.


한국기업의 ‘펀더멘털’이 좋다는 얘기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재계가 주장하는 ‘장기 경영’의 결과는 처참하다. 악화된 펀더멘털 반영해, MSCI 이머징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2013년 16%에서 작년말 9%로 추락했다. 대만, 인도의 약 절반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려는 MSCI 선진지수 편입 로드맵 꼭 필요하다. 먼저 이머징지수 2~3위권인 대만, 인도를 따라 잡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이들 국가 비중인 18~19%는 과거 한국의 위치였다. 코스피 5000~6000은 달성해야 가능한 목표다. 이를 위해선 거버넌스 개선과 기업들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개혁이 필요하다. 자본효율성 제고가 시급하다. 우리가 이머징지수에서 과거 위상을 되찾고, MSCI 선진지수 편입을 노리면 문이 열릴 것이다.


재계는 행동주의의 경영권 위협을 운운하며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을 주장한다. 전혀 필요 없다. 미국의 빅테크 7대 기업을 겨냥한 행동주의 움직임이 있었는가? 일체 없었다. 그 이유는 이들 미국 초우량 기업들은 항상 주주권익을 중시하고 높은 주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기 때문이다. 우리 상장사들도 독립 이사회, 집중투표제, 자사주 소각 추구하고 자회사 상장 중단 등 거버넌스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금월 같이) 주가 및 밸류에이션이 크게 상승할 것이다. 저평가 국면이 해소되면 관여(Engagement)를 통한 주가 상승여력도 제한되어 행동주의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은 기업의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반영된 시장의 평가이다. 한국 대표기업과 같은 업종 해외 선도기업 시총을 비교하면 우울하다. 그룹 회장과 CEO들의 ‘장기 경영 전략’은 잘못된 산업 전망, 주먹구구식 자본배치 및 펀딩, 형편없는 실천력으로 엄청난 자원이 투입되었지만 성과가 극히 부진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위 1000대 기업의 R&D 투자액은 전년 대비 15% 늘어난 84조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매출 증가보다 R&D 투자금을 대폭 늘렸다는 뜻이다. 한국의 GDP 대비 R&D 비중은 전세계적으로 최상위권이다. 삼성전자는 23년보다 6조원 증가한 30조원을 작년 R&D에 투자했다. 네이버 시총만한 금액을 R&D에 퍼붓지만 삼성전자의 기술경쟁력은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리더십 부족으로 민첩한 의사결정이 없고, 이사회 독립성이 떨어져 경영진의 투자 계획 및 집행을 제대로 모니터 못하며 임직원들의 주식보상이 부족해 주주들과의 얼라인먼트가 부족한 탓 아닐까?


삼성전자 시총은 애플의 1/10, TSMC 1/4이다. 10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 시총이 TSMC의 2배였다. 삼성전자 회장과 경영진은 애플이 하드웨어 기업에서 서비스 중심 기업으로 진화를 감지하지 못했다. 월가는 애플 기업가치의 ½ 이상이 서비스 부문에서 나온다고 판단한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가 취약하고 조직이 경직된 탓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AI 흐름을 완전히 놓쳐 TSMC와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작년 포럼이 논평에서 삼성전자는 AI, 소프트웨어 전문가(특히 외국인)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라고 권했지만 회사는 금년 3월 주총에서 반도체 전문가만 추가 선임했다. 10명 이사 중 6명이 외국인 전문가인 TSMC와 비교해 삼성전자 이사회는 여전히 100% 한국인으로 구성되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이사 대폭 영입 포함해 이사회의 획기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고 모든 임직원에 대한 주식보상을 과감하게 확대하라.


현대차는 4대 그룹 중 나은 편이지만 현대차 시총의 2/5인 20조원 이상이 GBC 삼성동 상업용 건물 프로젝트에 묶여있다. 선진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규모 주가 디스카운트 요인이다. 현대차가 전세계 전통 자동차업체 중 제품 모멘텀이 가장 좋은 편이라 평가 받지만 중국 BYD 시총의 ¼ 밖에 되지 않은 이유는 방만한 재무상태표에서 찾을 수 있다. 본업과 무관한 유휴자산이 너무 많다. 현대차그룹은 GBC를 매각 또는 유동화 시켜서 자산을 가볍게 만들고 현금을 확보해 미래에 투자하라.


SK는 지난 수년 간 다각화를 추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고 빚만 남았다. 파이낸셜 스토리, 리밸런싱 등 미사여구를 사용하지만, 지배주주가 컨트롤하는 SK(주) 시총은 최근 상법개정 기대감으로 주가 급증하기 전에 10조원 미만이었다. 미국에서는 시총 기준 70~80억달러는 소형주(‘Small-cap’)로 분류한다. SK(주)는 미국에 상장되었다면 기업가치가 너무 작아서 기관투자자들이 눈길도 주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재계 2위 그룹 지주사로서 창피한 일이다. 자회사 및 손자회사가 무수히 상장되었고, 발행주식 25%를 소각하지 않고 자사주로 보유하기 때문 아닐까? 주가 할인 이유가 확실하다. SK(주) 이사회는 주주권익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그룹 순차입금이 조금 줄었지만 24년말 7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기업가치를 억누르는 과도한 빚에 대해 SK그룹 지배주주, 경영진, 이사회는 주주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LG그룹 역시 비핵심 사업부 정리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하는 입장이다. 그룹 순이익은 2021년 9조 원에서 2024년에 3천억 원 순손실 적자 전환, 순차입금은 동기간 30조 원에서 43조 원으로 급증했다. 총자산 178조원을 보유한 재계 4위의 LG그룹 지주사 (주)LG 역시 최근 주가 반등 전 시총이 10조원도 되지 않았다. LG화학 일반주주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할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이제 시총이 CATL의 1/3에도 못미친다. 중국산 저가 LFP 배터리의 우수한 성능을 과소평가하고 자기의 NCM 배터리 기술에 자만한 결과 구광모 회장의 ‘장기 경영’은 실패했다. 유화업종에서도 중국의 시장 점유 확대에 대해 안일한 대응을 한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2019년 부터 CEO 역할을 수행했는데 ‘장기 전략’ 실패에 대한 공개 사과가 필요하다. 


재계 및 경제단체는 상법개정 및 여당이 추진하는 기업거버넌스 개혁에 대해 항상 그러하듯이 경영활동 위축, 장기전략 수립 차질, 배임소송 남발 탓을 하며 반대한다. 하지만 4대 그룹 경영성과, R&D 지출, IMD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보듯이 최근 한국 대표기업들의 ‘장기 경영’’ 성과는 형편없다. 일부 그룹 및 상장사는 능력도 ‘검증’이 되지 않은 패밀리 출신 인물이 지배주주로 군림하면서 일방적 의사결정은 했기 때문이다. 이사회를 독립시키고, 주주권익을 보호하는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자본효율성 높이는 대한민국 ‘리셋’이 필요하다.



2025. 6. 10.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