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거버넌스포럼 포럼논평 ㅣ 포럼의 논평을 게재합니다.

[포럼 논평] 삼성전자 미래를 위한 3가지 제안 (2024-10-15)

2024-10-15
조회수 2401


삼성전자 미래를 위한 3가지 제안


- 경영과 책임 일치 추구해라

- 창업 3세 시대에 바람직한 한국형 기업거버넌스 모델 제시 필요

- ‘삼성의 위기’ 유일한 해결책은 거버넌스 개선 통한 얼라인먼트 구축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9월5일 회사 주식 1만주, 금액으로는 7.4억원어치를 취득했다. 그 후 1달 사이 33명의 삼성전자 임원들이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이 주가 급락에도 회사 주식을 매수했다. 책임경영이라는 명목하에 자율적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삼성전자 임원들의 집단 주식매수는 세계적 IT기업 명성에 걸맞지 않는 전근대적 문제 해결방식이다. 실리콘밸리는 임직원들이 자기 돈으로 회사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보상 차원에서 회사 주식을 정기적으로 지급한다. 미국 빅테크는 모두 입사시 신입 엔지니어에게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를 배부한다. 심지어 테슬라는 관료주의를 배격하고 기업가정신을 키우고자 신입 엔지니어에게 RSU, 스톡옵션 중 선택을 요구한다.


글로벌 스탠더드 관점에서 보면 삼성전자 보상체계는 (특히 핵심인력 입장에서) 전혀 경쟁력이 없다. 낙후된 보상시스템은 인재 이탈, 사기 추락을 가속화 시켰다. 반도체 근원적 기술경쟁력 약화는 눈에 보이는 현상이고 그 이면에는 리더십, 조직문화, 보상 등 근본적인 거버넌스 문제들이 있다. 이미 학문적으로 RSU를 통해 임직원이 회사 주가 상승에 대한 동기 부여를 얻고, 이는 회사 실적으로 연결된다는 사실 검증되었다. 아직도 삼성전자가 CEO 포함 임원 보상을 100% 현금 지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엔비디아, 애플, 메타 등 실리콘밸리 기업의 장기 근속자들은 회사 주식을 많이 보유함으로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이 개인 부의 증식으로 연결된다. 이를 ‘주식 문화(Equity culture)’라 부른다. 미국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주식보상제도가 없는 삼성전자의 경우 핵심인력이 장기 복무해도 메리트가 없다. 지금이라도 삼성전자는 전사적 주식보상시스템을 구축해 회사 장기 발전과 개인 업적을 일치(Align) 시켜야 한다. 신나는 직장을 만들고, 내가 노력하고 회사가 잘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평가보상안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삼성전자가 아끼는 S급 고급인력들은 줄지어 국내 경쟁사나 실리콘밸리로 향할 것이다.


유럽의 크레디트스위스 리서치에 의하면 패밀리 비즈니스는 (일반주주에 대한 배려만 있다면) 장점이 많은 사업 모델이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1대, 2대를 거쳐 3대가 되면 가족기업의 경영성과 및 주가 움직임이 과거 할아버지, 아버지 시절보다 못하다.  우리 속담에도 “부자는 3대를 못간다"라는 말이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모두 3세 경영이다. 이들 그룹 뿐 아니라 대한민국 입장에서도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3개월 사이 30% 이상 하락해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경영진에 대한 평가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에 대한 평가는 일반주주 입장에서 총주주수익률(TSR, Total shareholder return = 주가 변화율+ 배당수익률 연율화(%) 개념) 따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삼성전자 자본비용을 감안한 절대 평가 및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하는 상대평가 모두 필요하다. TSR은  정부 밸류업 가이드라인에도 명시되어 있다. 삼성전자 주가 성과는 주주의 요구수익률 대비 많이 부족하다. 삼성전자 보통주 TSR은 연 기준 지난 1년 -11%, 3년 -3%, 5년 +6% 이다. 10년은 연 +10%이다. 최근 기술경쟁력 약화, 경영성과 저조, 미래 이익창출 능력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반영된 결과이다. 파운드리에서 직접 경쟁하고 국제금융시장에서 항상 비교되는 대만의 TSMC는 TSR이 연 기준 1년 +135%, 3년 +22%, 5년 +41%, 10년 +26%이다. 양사 주가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모두 구간에서 대조적이다.





 삼성전자가 위기 극복하기 위해선 기술경쟁력 뿐 아니라 리더십, 조직문화, 평가보상, 이사회 등 거버넌스 전반에 걸친 혁신이 필요하다. 1993년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마누라 자식 빼놓고 다 바꿔봐"라는 주문을 한 프랑크푸르트 선언 같은 대수술이 필요하다. TSMC와의 주가 격차에서 보듯이 삼성전자는 겸손해져야 하며 모든 것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삼성전자에게 다음 3가지 제안을 한다. 삼성이 창업 3세 시대에 바람직한 한국형 기업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1.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한지 4년이 지났다. 이제 경영과 책임의 일치를 추구하는, 지배주주가 없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선진국형 전문경영인 경영체제로 전환을 준비할 시점이다. 먼저 사장급 이상 최고위중역 25명 중 36% 차지하는 비대한 관리 조직(사업지원T/F, 경영지원, 법무, 커뮤니케이션, Corporate relations 등) 과감히 도려내라. 오로지 기술에 전념하고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 기술인력을 우대하라.


2. 이사회를 전문가 위주로 업그레이드하고 독립성을 보장해라. 100% 한국인으로 구성된 현 이사회는 위기에 직면할 때 까지 과연 무슨 역할을 했는가. 사내이사 축소하고 IT(AI, SW 등), 전략 및 거버넌스 리더 등 외국인 중심으로 이사회 재구성하라. 글로벌한 TSMC 이사회 배워라. 삼성전자는 TSMC 같이 미국에 주식 상장해 자본시장에서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라.


3. 보상체계를 글로벌 관점에서 개편해라. 삼성전자의 핵심인력은 글로벌한 수요가 많다. 임직원, 주주 및 이사회 얼라인먼트가 핵심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보편화된 RSU 같은 주식보상제도를 즉시 도입해 인재 이탈을 막아라.


이재용 회장과 (언론과 노조에 의하면 삼성전자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은 미등기임원이다. 정 부회장은 ‘CEO 보좌역'이라는 공식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회장을 대신해 삼성전자 뿐 아니라 계열사 간 조율 등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사는 의무와 책임이 있듯이 경영자가 권한을 행사하면 책임이 수반된다. (영어로 ‘Accountability’) 그러나 정 부회장은 등기임원은 아니어서 최근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올바른 경영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은 기술에 승부를 걸고 연구/개발, 디자인, 제조/기술 전문가 같은 기술인력을 승진, 보상 등 모든 면에서 우대한다. 반면 경영지원, 영업/마케팅 부서는 ‘비즈니스(Business)’라 부르며 기술조직을 지원하는 ‘후선업무’를 맡는다. 삼성전자는 회장, 부회장, 사장 직급의 25명 중 ‘후선업무’ 담당이 9명, 무려 36% 이다. 비대해진 관리 조직, 대관 업무, 홍보 등은 기술에 전념하는 IT기업의 모습이 아니다. 


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정준혁 교수는 지난 9월 모 경제지에 “지배주주 없는 세상에 대비하자"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고려아연 사례 같이) 여러 번의 상속을 거치면서 지배주주 가족의 지분율은 계속 쪼개지고 지배주주 중심 경영은 (일반투자자와 이해가 충돌되는) 사익 추구라는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이다. 이 회장 가족이 직접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4.3%이다. 또한 이 회장은 2020년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4세 경영 포기를 공식화한 바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의결권 자문사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ISS) 2024년 의결권 행사 지침에 따르면 이사 및 경영진이 뇌물, 횡령, 내부자거래 등 민형사상 전과기록이 있을 경우 해임을 권고한다. 형기 60% 가량을 채우고 2021년 가석방된 이 회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거대기업의 실질적 의사결정권자라기 보다는 홍보대사라는 느낌을 준다. IT업계는 스피드가 생명이다. 구조조정, 전략적 선택 등 급한 의사결정이 미뤄지는 것은 어려운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 이 회장에게 근본적 책임이 있다고 보인다. 이 회장은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영자는 능력 위주로 선출해야 사회적, 경제적 신뢰를 획득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삼성과 대한민국을 위해 이 회장이 모든 공식 타이틀을 내려놓고 뛰어난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에 관한 전권을 넘기는 시나리오를 준비하면 어떨까? 애플은 스티브 잡스 사망 후 팀 쿡 전문경영인이 2011년 CEO 취임하여 제2의 르네상스를 맞았다. 활력이 없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인도계 출신 전문경영인 사티아 나델라가 2014년 취임 후 AI시대를 주도하는 빅테크로 변신했다. 대만계 전문경영인 리자 수는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AMD 대표이사 자리에 2014년 오른 후 시총을 4조원에서 370조원으로 키웠다. 이웃나라의 TSMC도 전문경영인이 CEO를 맡고 있다.


요즘 반도체를 살리려고 열심히 뛰는 전영현 부회장는 40세에 삼성전자 합류한 LG반도체 출신이다. 엄중한 상황을 재도약 계기로 삼으려면 CEO 자리에 외부 영입도 검토해 볼만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기가 많이 저하되었지만 서울대학교보다 박사 출신이 많다고 자부할 정도로 IT전문가, 기술인재들이 많다.


삼성전자가 위기를 맞은 이유 중 하나는 AI 급격한 변화, 패배감에 젖은 조직문화, 적절한 자본배치 등 핵심 이슈에 관해 경영진에 쓴 잔소리를 하는 독립된 사외이사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적 IT기업으로서 지극히 적합하지 않은 이사회 구성을 가지고 있다. 10명 이사회 멤버 모두 한국인이고 사외이사 6명 중 4명이 IT 비전문가이다. 수출기업인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해야 하고 회의는 당연이 영어로 진행되야한다. 국내파 예스맨을 찾다 보니 삼성전자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고 보인다. 삼성전자가 전세계를 누비며 최고의 사외이사를 찾는다면 실리콘밸리, 캐나다, 영국, 중국, 대만의 AI, 소프트웨어 전문가, 전직 다국적기업 CEO 등 모셔오지 못할까? TSMC는 1997년 이미 미국에 상장해서 그런지 거버넌스도 우수하고 글로벌한 이사회를 가지고 있다. 10명 이사회 멤버 중 사내이사는 CEO 한 명이고 7명의 사외이사 중 6명은 외국인이다. 전 MIT대 총장, 전 British Telecom CEO/이사회의장 등 전직 CEO, IT업계 리더를 영입해 이들의 조언을 잘 활용해 회사를 성장시키고 비즈니스 리스크를 관리해왔다. 삼성전자는 TSMC 같이 미국에도 상장해 자본시장에서 우물안 개구리가 아닌 국제화된 기업으로 새로 태어나야 할 것이다. 이사회 개편 관련해서는, 사내이사 수를 1명 (대표이사)으로 축소하고 사외이사는 독립성과 전문성 기준으로 다수의 외국인 포함 IT, 전략, 거버넌스 분야 리더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미국 빅테크 포함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죽도록 일하지만 재밌고, 확실히 보상 받는 직장으로 인식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삼성전자 경영진과 이사회는 그동안 이런 관점에서 무슨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전세계적으로 기업의 장기적 경영성과 향상과 핵심인력 영입, 유지 및 동기 부여를 위해 RSU 중심의 주식성과급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대표이사 2명에 대한 성과급 중 50%를 자사주로 지급했다.(3년 매도 제한)  SK하이닉스는 CEO 및 핵심임원에 대해 스톡옵션, 등기임원 및 임원에 대해 주가차액보상권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빠른 시일 내에 모든 임직원에 대해 (특히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 기술인력) 주식보상제도를 도입해 사기도 북돋고 회사 및 주주와 얼라인먼트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삼성전자가 기술 중심회사로 다시 태어나려면 기술인력 급여가 경영지원, 마케팅 등 후손부서 보다 훨씬 높아야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는 실리콘밸리 원칙이다.




2024. 10. 15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