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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논평] 사후적 짜맞추기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인정, 회계 투명성 더욱 높이기 위한 지속적 제도 개선과 엄정한 법집행 필요하다. (2024-08-16)

20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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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적 짜맞추기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인정, 

회계 투명성 더욱 높이기 위한 지속적 제도 개선과 엄정한 법집행 필요하다.




- 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본잠식 회사를 건전하게 보이도록 결론을 맞춰 놓고 사후적으로 짜맞추기식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인정했다.


- 회계 투명성은 자본시장과 국가경제 신뢰성의 기초다.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회계 처리를 흔들려는 어떤 목적도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 2018년 도입된 지정감사제는 이런 짜맞추기 회계부정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고, 최근의 폐지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더욱 엄정한 회계 관련 법 집행과 함께 더 높은 회계 투명성을 위한 제도도 고민해야 한다.



지난 화요일 (8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이하 ‘로직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이하 ‘에피스’)에 대한 2012~2018년 회계처리를 회계부정으로 보아 증권선물위원회가 2018년 내렸던 과징금 처분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많은 언론이 과징금 처분 취소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법원의 설명자료에 따르면 실제 중요한 판결 내용은 로직스의 회계처리가 정당했다는 것이 아니었다.


2015년 로직스의 에피스 회계처리가 회계부정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 핵심이다.


다만, 증권선물위원회 처분이 취소된 것은 회계부정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 다른 쟁점이 산정된 과징금에 포함되어 엮여 있으니 전체를 취소하고 재산정하라는 취지다.


구체적인 판시 내용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지난 2015년 로직스가 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를 변경하면서 평가손익 2조 7,232억 원을 반영하고 자본잠식을 벗어나며 대규모 장부상 이익을 기록한 것은, “문제를 회피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특정한 결론을 정해 놓고 이를 사후에 합리화하기 위하여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인정되었고, 따라서 회계부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사후적으로 짜맞추기 회계를 했다는 의미다.


2015년은 우리나라의 회계부정 문제가 실질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한 원년이다. 5조 원 규모의 손실을 감춘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정이 밝혀진 것이 그 해 7월이고, 이후 회계부정을 막기 위한 지정감사제가 도입되어 2018년부터 시행되었다.


이러한 시기에 대담하게도 사후적 짜맞추기 회계부정을 감행했다는 것이 놀랍다.


이번 판결 내용을 보면 2018년 이전 외부감사제도가 회사의 회계부정 유혹을 통제하는데 사실상 실패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한다.


상장 직전의 민감한 시기에 이렇게 공격적으로 회계처리를 변경하려는 회사에 대해 당시 로직스의 이사회와 특히 감사위원회 위원들은 어떤 방식으로 선관주의의무를 이행했나? 적어도 공개된 자료에서는 아무런 확인을 할 수 없다.


최근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지정감사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절대 수용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회계 투명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시장경제와 자본시장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지정감사제 시행 이후 대등한 관계로 제고되고 있는 한국 회계법인의 독립성과 한국 회사에 대한 회계 신뢰를 무너뜨리지 말자. 오히려, 더욱 엄정한 회계 관련 법 집행과 함께 높은 회계 투명성을 위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법원의 설명과 같이 이는 구 삼성물산의 합병 문제, 삼성물산의 재무제표 문제 등을 이유로 벌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2015년 로직스의 회계부정과 같은 일은 비단 창업가족의 승계 플랜이나 합병 비율 부풀리기와 같은 다른 목적과 엮이지 않아도 단지 회사의 부실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회계 문제는 발생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서 회계 원칙대로 해결하면 된다.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도 이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로직스가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하기로 먼저 결정한 뒤, 사후에 사실과 상황을 모색”한 점을 가장 중요한 회계부정 인정의 이유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다양한 이유에서 회계부정의 유혹을 받는다.


촘촘한 제도와 엄격한 감독, 나아가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2001년 엔론 회계부정 사태 후 일사천리로 제정, 시행되어 미국 회사들의 회계 투명성을 크게 높인 ‘사베인스-옥슬리법(Sarbanes-Oxley Act)’의 교훈이다.


당시 미국 최대 에너지 회사 엔론은 경영진에 의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회계부정 결과 회사는 파산했고 감사인 아서앤더슨은 공중분해되었다. 엔론은 그 당시 미국 최고의 혁신 기업이라 존경 받았다. 하지만 회계부정이 밝혀진 후 회사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되었고 2만명 넘는 임직원은 연금도 받지 못하고 직장을 잃었음을 잊지 말자.




2024. 8. 16.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부회장 천준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