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식 소각 법안, 한도 없는 ‘경영상 목적’ 예외는 안된다
과다한 자기주식 보유는 현실적으로 어떤 경영상 목적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려움이 분명함에도 법정 한도도 없이
지배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한 기존 자기주식 보유 전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절차를 규정하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기존 보유분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경영상 목적’ 예외를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과다한 자기주식 보유라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근본 취지를 망각한 것이고,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우려는 물론, 개정 상법상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취지와 의미를 퇴색시킬 중대한 우려가 있다.
‘경영상 목적’ 예외는 자기주식 소각 관련 논의에서 공론화된 적도 없는 깜짝 조항이고, 자기주식 소각 법안을
후퇴시키는 것을 넘어 과다한 자기주식 보유에 대한 정당화 절차를 열어준 중대한 문제가 있으므로,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
지난 주 화요일(25일), 자기주식 의무소각에 관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번 개정안은 자기주식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보유 및 처분절차를 명시하며, 자기주식 소각의무를 규정하는 등 기존에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던 대부분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수십년 동안 꼬여 있던 자기주식 관련 제도의 정상화에 힘쓰고 있는 코스피5000 위원회의 노고에 큰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시장에서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내용이 하나 새로 들어간 것이 눈에 띈다. 자기주식 소각의 예외로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가 삽입된 것이다.
즉, 회사는 ‘경영상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정관에 신설하고, 이 정관 요건에 맞게 자기주식 처분계획을 작성하여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으면 신규는 물론 기존 보유 자기주식도 계속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 들어간 문구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위한 상법 제418조 제2항 단서의 요건과 같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러한 예외 사유를 넣은 것은 자기주식 처분의 실체적 요건을 신주발행과 동일하게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논리 하에 ‘경영상 목적’에 따른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의 예외를 규정한 것이라도, 여기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첫째,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상은 물론 50% 이상에 이르기까지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기존 자기주식에 대해 “괜찮다”는 신호를 주게 된다는 점이다. 즉, 이번 개정안은 자기주식 소각 논의가 당초 과도한 자기주식 보유라는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절실한 필요성으로부터 시작했다는 점을 망각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과다한 자기주식은 사실 임직원 보상, 긴급한 자금조달, 사업제휴 등 어떠한 목적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어떤 임직원에게 발행주식 총수의 10%는 커녕 1% 넘는 규모의 주식보상을 하는 회사도 거의 없을 뿐더러, 그 정도의 대규모 자금조달이나 사업제휴 등은 신주발행으로도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시장은 회사들이 보유한 과다한 자기주식이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으며 모두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나아가, 경영자들과 지배주주들이 아예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의무소각 법안에 대해 반대하여 왔던 것을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상 목적’이라는, 대단히 포괄적임은 물론 자기주식 처분계획을 구체적으로 작성할 수도 없는 요건 하에 보유할 수 있는 예외를 열어준다면, 시장은 결국 또다시 회사들에게 ‘추상적인 목적 공시 하에 지배력 강화를 위해 보유하라’는 신호를 준 것과 같다고 인식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
어떤 신기술을 언제까지 도입하기 위해 얼마나 필요하다는 내용, 어떤 재무적 상황이 언제까지 발생하여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내용 등 미래의 알 수 없는 경영상 필요성을 자기주식 처분계획에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는 회사가 과연 있겠는가?
둘째,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시한 상법 개정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개정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 및 전체주주이익 공평대우의무에 따라 이사는 이제 신주발행은 물론 자기주식 처분에서도 이러한 의무를 준수하여야 함은 명확하다.
비록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경영상 목적’이라는 광범위한 예외가 설정되어 있지만, 이제는 제한적인 해석이 불가피하다. 개정 상법상 이사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이사는 신주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경영상 목적이 있더라도 전체 주주의 공평한 이익을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즉, 기존에는 주주배정이나 제3자 배정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선택해도 괜찮았다고 해도, 이제는 전체주주이익 공평대우의무의 해석상 주주배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전체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주주배정이 여의치 않을 때 제3자 배정을 보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는 것이 개정 상법의 취지에 맞는 유상증자의 실무인 것이다.
그런데 ‘경영상 목적’ 예외 하에 작성한 자기주식 처분계획에 따라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처분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자기주식 처분에 대해서는 이사가 전체 주주이익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않아도 되는 면책조항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
정관 개정을 위한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자기주식 처분계획을 승인 받는 보통결의만 통과하면 이사가 처분을 위해 더 이상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합병비율 산정 절차만 지키면, 이사가 합병 과정에서 전체주주의 이익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도 사실상 면책되는 것처럼 운영해 온 중대한 실무적 모순과 오류를 방치해 온 뼈아픈 경험이 있다.
또한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소수주주 축출과 상장폐지 역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라는 절차가 소수주주의 이익과 재산 탈취에 악용되어 온 대표적 사례다.
상법에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시한 기본적인 취지는, 더 이상 이러한 주주간 이해상충 거래를 절차로 포장해 정당화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데 있었다는 중요한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자기주식 보유·처분에 대한 ‘경영상 목적’ 예외 허용은 또다른 형태의 절차적 면책수단을 열어 줌으로써 어렵게 명시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원칙에 새로운 구멍을 만드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경영상 목적’을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에 대한 예외사항으로 규정한 개정안 제341조의4 제2항 제5호는, 기존 자기주식 소각 관련 논의에서 공론화된 적도 없는 깜짝 조항이고, 자기주식 소각 법안을 후퇴시키는 것을 넘어 과다한 자기주식 보유에 대한 정당화 절차를 열어준 중대한 문제가 있으므로,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
2025. 12. 1.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부회장 천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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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식 소각 법안, 한도 없는 ‘경영상 목적’ 예외는 안된다
과다한 자기주식 보유는 현실적으로 어떤 경영상 목적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려움이 분명함에도 법정 한도도 없이
지배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한 기존 자기주식 보유 전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절차를 규정하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기존 보유분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경영상 목적’ 예외를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과다한 자기주식 보유라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근본 취지를 망각한 것이고,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우려는 물론, 개정 상법상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취지와 의미를 퇴색시킬 중대한 우려가 있다.
‘경영상 목적’ 예외는 자기주식 소각 관련 논의에서 공론화된 적도 없는 깜짝 조항이고, 자기주식 소각 법안을
후퇴시키는 것을 넘어 과다한 자기주식 보유에 대한 정당화 절차를 열어준 중대한 문제가 있으므로,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
지난 주 화요일(25일), 자기주식 의무소각에 관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번 개정안은 자기주식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보유 및 처분절차를 명시하며, 자기주식 소각의무를 규정하는 등 기존에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던 대부분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수십년 동안 꼬여 있던 자기주식 관련 제도의 정상화에 힘쓰고 있는 코스피5000 위원회의 노고에 큰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시장에서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내용이 하나 새로 들어간 것이 눈에 띈다. 자기주식 소각의 예외로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가 삽입된 것이다.
즉, 회사는 ‘경영상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정관에 신설하고, 이 정관 요건에 맞게 자기주식 처분계획을 작성하여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으면 신규는 물론 기존 보유 자기주식도 계속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 들어간 문구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위한 상법 제418조 제2항 단서의 요건과 같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러한 예외 사유를 넣은 것은 자기주식 처분의 실체적 요건을 신주발행과 동일하게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논리 하에 ‘경영상 목적’에 따른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의 예외를 규정한 것이라도, 여기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첫째,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상은 물론 50% 이상에 이르기까지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기존 자기주식에 대해 “괜찮다”는 신호를 주게 된다는 점이다. 즉, 이번 개정안은 자기주식 소각 논의가 당초 과도한 자기주식 보유라는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절실한 필요성으로부터 시작했다는 점을 망각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과다한 자기주식은 사실 임직원 보상, 긴급한 자금조달, 사업제휴 등 어떠한 목적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어떤 임직원에게 발행주식 총수의 10%는 커녕 1% 넘는 규모의 주식보상을 하는 회사도 거의 없을 뿐더러, 그 정도의 대규모 자금조달이나 사업제휴 등은 신주발행으로도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시장은 회사들이 보유한 과다한 자기주식이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으며 모두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나아가, 경영자들과 지배주주들이 아예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의무소각 법안에 대해 반대하여 왔던 것을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상 목적’이라는, 대단히 포괄적임은 물론 자기주식 처분계획을 구체적으로 작성할 수도 없는 요건 하에 보유할 수 있는 예외를 열어준다면, 시장은 결국 또다시 회사들에게 ‘추상적인 목적 공시 하에 지배력 강화를 위해 보유하라’는 신호를 준 것과 같다고 인식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
어떤 신기술을 언제까지 도입하기 위해 얼마나 필요하다는 내용, 어떤 재무적 상황이 언제까지 발생하여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내용 등 미래의 알 수 없는 경영상 필요성을 자기주식 처분계획에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는 회사가 과연 있겠는가?
둘째,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시한 상법 개정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개정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 및 전체주주이익 공평대우의무에 따라 이사는 이제 신주발행은 물론 자기주식 처분에서도 이러한 의무를 준수하여야 함은 명확하다.
비록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경영상 목적’이라는 광범위한 예외가 설정되어 있지만, 이제는 제한적인 해석이 불가피하다. 개정 상법상 이사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이사는 신주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경영상 목적이 있더라도 전체 주주의 공평한 이익을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즉, 기존에는 주주배정이나 제3자 배정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선택해도 괜찮았다고 해도, 이제는 전체주주이익 공평대우의무의 해석상 주주배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전체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주주배정이 여의치 않을 때 제3자 배정을 보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는 것이 개정 상법의 취지에 맞는 유상증자의 실무인 것이다.
그런데 ‘경영상 목적’ 예외 하에 작성한 자기주식 처분계획에 따라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처분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자기주식 처분에 대해서는 이사가 전체 주주이익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않아도 되는 면책조항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
정관 개정을 위한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자기주식 처분계획을 승인 받는 보통결의만 통과하면 이사가 처분을 위해 더 이상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합병비율 산정 절차만 지키면, 이사가 합병 과정에서 전체주주의 이익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도 사실상 면책되는 것처럼 운영해 온 중대한 실무적 모순과 오류를 방치해 온 뼈아픈 경험이 있다.
또한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소수주주 축출과 상장폐지 역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라는 절차가 소수주주의 이익과 재산 탈취에 악용되어 온 대표적 사례다.
상법에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시한 기본적인 취지는, 더 이상 이러한 주주간 이해상충 거래를 절차로 포장해 정당화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데 있었다는 중요한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자기주식 보유·처분에 대한 ‘경영상 목적’ 예외 허용은 또다른 형태의 절차적 면책수단을 열어 줌으로써 어렵게 명시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원칙에 새로운 구멍을 만드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경영상 목적’을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에 대한 예외사항으로 규정한 개정안 제341조의4 제2항 제5호는, 기존 자기주식 소각 관련 논의에서 공론화된 적도 없는 깜짝 조항이고, 자기주식 소각 법안을 후퇴시키는 것을 넘어 과다한 자기주식 보유에 대한 정당화 절차를 열어준 중대한 문제가 있으므로,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
2025. 12. 1.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부회장 천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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