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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논평] 사장님, 판사님 회계 공부 좀 합시다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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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판사님 회계 공부 좀 합시다




롯데지주 사장 국감에서 입장 바꿔 자사주 소각에 긍정적 발언

"법적, 규범적 기준은 회계 기준과 다르다"고 무단히 외면하는 법조인 다수

판사들 회계 지식 부족으로 잘못된 판결 비일비재

자사주 거래의 실질이 "자본"임을 외면한 대법원 태도는 없는 "양도성"을 허구로 만들어 낸 견강부회

거래소 시총 계산방법 오류, 자사주 차감해야 글로벌 스탠다드와 일치


지난 10.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멋진 국정감사가 진행되었다. 망신주기 식의 거친 공방이 아니라 팩트 중심으로 차분한 질의가 이뤄졌다. 질문자는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

 “증인께 물어봅니다. 자사주, 회사의 자산입니까?”



“저희는 자사주는 회사의 자산이라고 말씀 드리고 있습니다...자산을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저희가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자료: 오기형 의원실


답변하는 증인은 고정욱 롯데지주(주) 사장. 오 의원이 롯데지주 재무제표를 보여주면서 “자사주는 자기자본의 구성 요소”라는 회계적 근거를 제시하자 고 사장은 “(회계기준에 자기주식은) 자기자본의 차감 항목으로 들어가 있습니다”라고 180도 입장을 유턴 했다.

(해당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djzl25TlniI )


오 의원의 논리에 승복한 고 사장은 더 나아가 "신규 취득 자사주에 대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소각하는 게 맞다. 기존 보유 자사주에 대해서는 취득 이유와 방법 등을 검토한 뒤 시간을 가지고 소각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 사장은 현재 그룹지주사 재무혁신실장이고, 롯데캐피탈㈜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금융사 대표를 역임한 고 사장은 (최초 증언에서 거짓말을 했지만) 자기주식이 자산이 아닌, 자기자본이라는 팩트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미국 명문 컬럼비아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한 신동빈 회장 겸 롯데지주 사내이사도 학창시절 수강한 재무회계 과목에서 자기주식은 자기자본 차감(Contra-equity account) 계정이고 캘리포니아, 워싱턴 같은 일부 주에서는 자기주식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배웠을 것이다. 이들 주에서는 자기주식을 매입하는 동시에 소각해야 한다. (“Shares that have been issued and thereafter reacquired by the corporation are canceled and restored to the status of authorized but unissued shares.” 캘리포니아 기업법)


하지만 여전히 많은 대기업 회장, CEO, CFO들은 자기주식이 재무상태표에서 현금 바로 아래에 있는, 아무때나 이사회 승인만 득하면 매각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라고 믿고 주장한다. 기업거버넌스 정상화를 위해 이들과 독립이사 대상 재무회계 입문 교육이 절실하다.


지난 10.21일 오기형 의원이 자기주식 취득을 자본 거래로 명확히 하는 내용의 소득세법·법인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세법 개정안은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회계적 기반을 만든 것이다. 국내 회계기준은 자사주 거래를 자본 거래로 보지만, 법인세법은 자산 거래로 보고 있어 회계원칙과 세법 간 불일치 문제가 심각하다. 그 결과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케이스 등 자사주를 둘러싼 판결이 상식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위배되는 경우가 많았다.


회계기준은 거래의 실질을 그대로 반영하기 위한 공시, 정보제공 지침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법적, 규범적 해석을 거래의 실질과 무관하게 자의적으로 해도 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반드시 명확하고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거래의 실질과 다른 법적 해석을 할 수 있다.


회계기준에 의하여 공시되는 자사주의 거래의 실질이 "자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법원은 "양도성"이 있다는 이유로 자사주를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자사주는 매입하는 순간 의결권, 배당청구권, 신주인수권 등 주주의 재산권이 "소멸"되기 때문에 처분시에도 양도되는 대상은 종이껍데기일 뿐이며 주주의 권리가 될 수가 없다. 자신에게 없는 권리를 양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자사주를 처분하면, 소멸했던 주주의 권리가 다시 창조되는 것이며 오히려 법적으로 신주발행과 같은 성질이다. 대법원의 태도는 없는 "양도성"을 허구로 만들어 낸 견강부회가 아닐 수 없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그러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KCC가 삼성물산 자사주 5.8%를 6743억원에 사들여 의결권을 확보한 것 같이, 제3자 매각시 의결권이 부활된다. 지난 8.14일 롯데지주도 15% 자사주를 기존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공시를 낸 바 있다. 경제단체와 이들에 고용된 일부 학자들은 자사주는 자산이므로 경영권 방어 등 다양한 목적에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창업 가문들이 지배권을 유지하려면 뛰어난 경영성과를 달성하고 일반주주를 배려해 높은 주가, 시총 및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면 된다.


지난 9.19일 포럼이 개최한 '자기주식 교환사채의 법적 쟁점 - 태광산업 케이스 중심으로' 세미나에서 서울대 법전원 송옥렬 교수는 “자기주식을 24%나 보유하고 있는 태광산업 케이스는 자기주식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를 보여준다”라고 발표했다. 경영진의 “자기주식은 회사의 귀중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다”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고 송 교수는 지적했다. 모두 외국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다. 자기주식 취득은 이익배당에 해당하고, 불가피한 자기주식 처분은 신주 발행에 준하는 법적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번에 발의된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재판부도 회계기준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사주와 관련된 올바른 판결을 내리길 희망한다. 이 것이 개정된 상법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 이기도 하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시총계산 방식이 잘못 되었음을 알고 있지만 수정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모든 국내 자료 뿐 아니라 국제금융계가 사용하는 블룸버그 데이터도 왜곡된 시총과 상장주식수를 바탕으로 계산되고 있다. 현재 거래소 시총은 자사주 매입 분이 차감되지 않는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르면 자사주는 시총에서 자동 차감된다. 자사주를 취득하는 순간 자본이 줄어들고 주식 수도 감소해 이 부분을 시총 계산에서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확정되면 거래소도 정확한 시총 계산을 통해 자기주식은 자본의 차감이라는 원칙을 명확히 확립하고 자본시장 선진화 및 거버넌스 개선에 기여하기 바란다.


2025. 10. 13.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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