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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논평] 상법개정안 반대 논리가 허구인 3가지 이유

202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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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안 반대 논리가 허구인 3가지 이유


- 삼성전자 최근 이사회 의안 44개 중 충실의무 적용 대상 1개 

- 상장사 이미 제로 성장 중..경영 추가 위축될 것도 없다

- 재계의 외국투자자 왜곡은 창피한 국수주의 발상


1500만 주식투자자와 국제금융계의 초미 관심 속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처리를 예고한 상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에서 제동이 걸렸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간 이견이 매우 크므로 다음 본회의까지 최대한 협의해 달라”며 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2024년 대통령, 경제부총리, 법무부장관, 금융감독원장이 한 목소리로 상법개정의 필요성 주장했지만 대기업 및 경제단체 로비에 휘둘렸는지 정부와 여당은 180도 유턴을 했다. 대단히 실망스럽다. 해외 초대형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에도 한국 정부에 속았다. 대한민국 금융정책은 대단히 신뢰하기 어렵다. 투자자 보호 없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과연 가능한가?”라고 질문한다.


상법 개정의 핵심은 회사의 주인인 주주 보호이다. 이사의 충실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에 대해 경제계는 “산업 기반을 훼손하는 개악”이라고 주장하면서 남소 우려 때문에 경영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 주장한다. 재계는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 개입이 빈번해지고 K-디스카운트가 심화될 것이라고 홍보한다.


모두 사실이 아니다. 구체적 팩트를 중심으로 재계 및 경제단체의 상법개정안에 대한 3가지 반대 논리가 허구임을 증명하겠다.


경제계 주장 1: 무분별한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


재계의 남소 우려는 기우이다. 오히려 사실을 숨긴 의도적인 과장이라고 생각된다. 재계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법학자들도 이론적으로, 그리고 수많은 미국 판례상으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선관주의의무의 대상인 일상적인 기업 경영활동에 적용되지 않는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작년 우리 포럼 소속 법조인들과의 수차례 공개 토론에서 명확히 밝혀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아랑곳하지 않고 언론에 남소 공포를 지속적으로 조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왜, 어떤 경우에” 남소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인지 한 걸음만 들어가도 합리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주주들 사이에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은 틀렸다. 그런 경우에 주주 충실의무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이 달라도 그 결정으로 모든 주주가 똑같이 이익을 받거나 똑같이 손해를 받는 경우라면 주주 충실의무 적용 대상이 아니다. “주주 한 명이 이사에게 상법이 아닌 민법에 기해 불법행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도 틀렸다. 어떤 법원도 그런 청구를 인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만에 하나 그런 걱정이 있다면 상법에서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내용을 넣으면 해결된다. 하지만 그런 제안조차 ‘상법 체계에 맞지 않아 안된다’고 거부하고 ‘이론적인 남소 우려가 있다’는 주장만 반복하는 것이 작금의 재계의 주장이다.


현실적인 이사회 의안으로 보자. 국내 양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공개된 최근 18개월 이사회 의안을 살펴보면 양사 합쳐서 28회 이사회가 개최되었고, 총 91개 안건 중 단지 4개가 충실의무 적용 대상이라 판단된다. 전체 안건 중 4% 비중이다. 2024년 상반기 삼성전자 이사회 의안 거의 대부분은 “재무제표 및 영업보고서 승인, '24~'26 주주환원 정책 승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 위촉, 이사 보수한도 승인, 사회공헌 매칭기금 운영계획 승인,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 수립, 1분기 보고서 및 분기배당, 희망2024 나눔 캠페인 기부금 출연” 등 중요하지만 이해상충이 없으므로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를 수행하면 된다. 위에서 얘기한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승인, 계열회사와의 영업양수도 거래 승인, 이사 등과 회사 간의 거래 승인” 등 4건은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다. 정도 경영을 하는 대부분 상장사는 이사회 의안 중 대략 5% 미만이 충실의무 적용 대상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런 사안에서조차 지금까지는 ‘일반주주의 이익침해’ 여부가 논의조차 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의 이사회 실무였다. 이제 이런 사안에서 단순히 거래 조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주주에게 공평하게 이익이 되는 거래인지 여부’를 검토하라는 것이 이번 상법 개정의 취지다.


미국에서는 특정 주주와 이해관계 있는 거래에 관해서 그 특정 주주와 관계 있는 이사를 제외한 독립적인 이사들과 그 특정 주주를 뺀 나머지 주주들이 거래를 승인해야 정당성이 확보된다. 우리나라 회사에서 충분히 도입 가능한 실무다. 삼성물산 합병, 두산 구조개편,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후 상장, 현대모비스 분할 후 글로비스와 합병 시도 등 일반주주이익 침해를 통해 특정 주주의 사익을 추구하는 사안에서 특히 이런 검토가 절실히 필요했지만 현행 상법과 실무 하에서는 일반 주주의 이익이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 재계는 과연 이런 비정상적인 검토를 계속하겠다는 의미인가?


경제계 주장 2: 기업경영을 극도로 위축시킨다.


이 것 역시 거짓이다. 아니면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착각인가? 국내상장사들은 이미 성장이 멈췄다. 경제에 대한 기여도 예전만 못하다. MSCI에 따르면 코스피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 = 주가상승+배당수익률 연율화한 개념)은 지난 5년간 연 4%, 10년간 연 5%에 불과하다. 배당수익률 2% 제외하면 연 2~3% 성장한 셈인데, 물가상승 차감하면 실질성장률은 제로이다. 이미 성장이 멈췄는데 무엇이 경영을 위축시킨다는 주장인가. “1% 저성장이 현재 우리의 실력”이라는 한국은행 총재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1998년 외환위기 때 뼈를 깎는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대한민국이 위기를 극복했는데 지금 대기업에게는 그에 버금가는 거버넌스 개혁, 차입금 축소, 사업포트폴리오의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대기업들은 여전히 효율적 자본배치에 따른 기업가치 창출보다는 지배주주 중심의 “사세 확장”에 몰두하고 있다. 모회사만 상장된 간결한 소유지분도를 가진 ‘강한’ 쿠팡과 100개가 넘는 자회사 및 손자회사을 거느렸지만 ‘허약한’ 카카오 소유지분도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린 대만의 TSMC 역시 모회사 한 곳만 상장되어 있다. 복잡한 삼성전자 소유지분도와 비교된다.

 



 

경제계 주장 3: 외국투기자본 공격 가능성이 높다.


2020년 9월 3%룰 도입 등 과거 상법 개정 당시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상법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되면 적군이 우리 군 작전회의 (“이사회를 의미함”)에 참석해 기밀을 빼가는 것과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4년 반 동안 외국펀드가 감사위원인 사외이사를 강제로 선임하려는 시도가 있었는가? 같은 달 재계는 삼성전자를 예로 들며 블랙록, 뱅가드, 노르웨이국부펀드, 캐피털 4개의 주요 외국주주가 연합해 감사위원 선임 시도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요주주가 이사 선임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이므로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위의 4개 외국투자자는 국제금융계에서 존경받는 초대형투자자로서 지난 50년간 전세계에서 한번도 이사 선임을 주도한 적이 없다. 

근거없이 상법개정이 되면 외국투기자본이 한국을 공격한다는 주장을 일삼는 재계 경제단체들은 외국과 통상수교를 거부하고 쇄국정책을 펴면서, 국제적인 고립을 초래한 흥선 대원군 추종자라 생각된다.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도 수십조원을 헤지펀드에 자산배분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다. 


상법개정시 기업 밸류 추락한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투자자 보호 가능해지면 장기 외국투자자들이 한국 투자를 점진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대표적인 장기 가치 투자자인 워렌 버핏이 거버넌스 개선이 대폭 이뤄지고 있는 일본 투자는 늘리는 반면 한국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는 현실이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번 상법 개정은 한국기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상법 개정은 OECD 바닥권인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 (8배 PER, 0.96배 PBR), 대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폭락하여 10% 미만으로 추락한 MSCI 개발도상국(EM)지수 내 비중이 정상화되는 촉매가 될 것이다.


2025. 3. 4.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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