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이배 전 국회의원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친정어머니, 장하성 전 실장을 친정아버지라 불렀다. 시민단체 활동가로, 정치인으로 그를 이끌고, 경제민주화의 비전을 보여준 두 사람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니라, 굳이 ‘친정 식구들’인 이유는 ‘김앤장’ 두 사람은 집권세력에, 그는 야당에 있어서다.
22년 전, 고려대 학생이던 채 전 의원은 장하성 당시 교수를 찾아가 ‘공익적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했던 장 교수는 재벌개혁, 소액주주 운동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채 전 의원이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따고 본격적으로 시민운동에 뛰어들었을 무렵, 김상조 당시 교수는 참여연대에서 분리된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았다. 채 전 의원은 김앤장과 함께 소액주주·재벌지배구조비판·일감몰아주기 고발 등 경제민주화 활동을 10여 년 함께 했다.
“김상조 정책실장에겐 이번 공정경제 3법이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릅니다. 중도보수화 되는 민주당에 휘둘려 진보적 가이드라인을 잡지 못하고 여기서 더 후퇴하면 말이죠”
3일 <민중의소리 >와 만난 채이배 전 의원은 “김상조 실장이 보이지 않는다. 정책의 주도권을 잃은 것 같다. 당과 내각, 청와대를 조율하는 기능적 역할에 매몰되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계 반발로 ‘공정경제 3법’의 디테일이 흔들리며 후퇴하는데, “청와대는 원안을 고수한다”는 메시지가 명쾌하게 나와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법들이 실효성 있게 통과될 수 있도록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김상조 실장에겐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른다”고 재차 강조했다.
채 전 의원은 20대 국회의원으로 ‘공정경제 3법’ 중 상법 개정안 밑그림을 법무부와 협의한 당사자다. 수년 전, 카운터 파트너였던 법무부 명모 과장 이름을 그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원안보다 한참 후퇴한 안을 들고 들어왔어요. 애초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상은 감사위원 전체였습니다. 그걸 딱 한 명으로 줄인 법안을 보고하더군요. 당시 국장은 ‘제1야당이 합의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 활동을 감시하는 이사회 감사위원을 재벌 총수 입김에서 벗어나 민주적으로 뽑자는 것이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다. 상장사는 대개 감사위원을 여럿 둔다. 박근혜 정부도, 문재인 정부도 감사위원은 전부 민주적으로 뽑자는 것이 상법 개정 원안이었다. 그런데, 분리선출 대상이 한 명으로 한정된 것이다. 총수 입맛에 맞는 다수 이사 사이에서 단 한 명의 감사위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채 전 의원은 “소수당 의원으로 어쩔 수 없이 상법 후퇴를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정부는 당시 만든 상법 개정안을 21대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애초 후퇴한 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다시 후퇴하고 있다고 채 전 의원은 우려했다. 감사위원 선출 과정에서 대폭 줄여둔 총수 입김을 조금씩 키우는 수정안이 오가고 있다.
채 전 의원은 “총수 우호지분 ‘3% 한계’를 풀어주자는 말이 나온다. 재계 반발 때문에 민주당이 흔들리는 것이겠지. 이러면 기업에 따라 5%도 될 수 있고 10%도 될 수 있다. 여기서 더 밀리면 하나마나한 법안이 된다. 청와대에서 원안 처리의 강력한 메시지가 나와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더 후퇴 할 거라면 차라리 다음 기회를 노리자”고 강조했다.
<삼성 이재용, 국민 신뢰 회복 위한 최소한의 실행 조건
재벌3세들 ‘꼭 나여야 하나’ 돌아봐야>
채이배 전 의원은 재벌개혁 전문가다. 난잡한 지배구조,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감몰아주기를 수치로 분석하는 데 탁월하다. 경제개혁연구소에서 그가 작성한 보고서는 날카로운 분석력으로 한겨레와 조선일보 1면을 동시에 장식했다. 합리적 문제제기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인정 받았다. 삼성, 현대, SK 등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와 3세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사익편취 행위는 보고서에 적나라하게 담겼다.
“이재용은 이제라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국정농단을 확실하게 인정해야죠. 감옥에 가야 한다면 빨리 갔다 와서 털어버리는 게 좋습니다. 그것이 글로벌 기업 삼성의 최고경영자로서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에요”
채 전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자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원한 것인지, 정준형 부장판사가 원한 것인지는 몰라도 “준법감시위 같은 꼼수로 어떻게든 감옥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는 것이다.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이 ‘CEO가 언제 구속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삼성과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 부회장이 명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속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차명 의혹’도 선제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면 좋다는 것이 채 의원 생각이다. 그는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옛날처럼 차명 거래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국세청이 용납하겠나. 차라리 ‘우리 아버지 재산이 얼마였고, 세금 얼마 낸다’ 당당하게 공개하고 어차피 낼 세금, 투명하게 처리하는 편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벌 경영권 세습은 3세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게 채 전 의원의 생각이다. 거대한 기업집단으로 성장한 재벌이 과거처럼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4세로 넘어가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재용 부회장처럼 경영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는데 그저 장자라고 회장 되는 시대도 끝나간다.
“이재용, 정의선도 알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알고 있다면, 그 기준을 스스로에게도 한 번쯤 적용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엄격한 전문경영인 영입 기준을 자기에게 적용해 보는 거죠. ‘꼭 나여야만 하는가’”
최태원 SK 회장을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계열사 사장단 회의체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주요 경영 사항을 판단하고, 최 회장 스스로는 최대 주주로서 최종 결정은 내리되 사회적 책임과 같은 또 다른 형태의 경영 일부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채 전 의원은 “지배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한 발 떨어져 있는 방식을 3세들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 전 의원은 지난 총선, 불출마 선언 후 탈당했다. 당적을 정리하고 호흡을 고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선 “더이상 함께할 수 있는 접점이 없다”고 말했다. 스스로는 “첫 백수 생활이 즐겁다”고 하지만 TV와 라디오 5개 프로그램에서 경제 전문 패널로 활약하며 의원 시절보다 더 자주, 그의 목소리와 얼굴을 접할 수 있다.
그는 얼마 전 펴낸 자신의 책 ‘공정한 경제 생태계 만들기’에 “경제개혁은 아직 갈 길이 멀고, 그보다 먼저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썼다.
민중의 소리 홍민철 기자
(기사 링크 : https://www.vop.co.kr/A00001523888.html?fbclid=IwAR1YuLwNFsSjKLijV89XsWZmwR1FFGw5Xd9nheaHda866PBYvf0qOBhsDv4 )
채이배 전 국회의원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친정어머니, 장하성 전 실장을 친정아버지라 불렀다. 시민단체 활동가로, 정치인으로 그를 이끌고, 경제민주화의 비전을 보여준 두 사람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니라, 굳이 ‘친정 식구들’인 이유는 ‘김앤장’ 두 사람은 집권세력에, 그는 야당에 있어서다.
22년 전, 고려대 학생이던 채 전 의원은 장하성 당시 교수를 찾아가 ‘공익적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했던 장 교수는 재벌개혁, 소액주주 운동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채 전 의원이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따고 본격적으로 시민운동에 뛰어들었을 무렵, 김상조 당시 교수는 참여연대에서 분리된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았다. 채 전 의원은 김앤장과 함께 소액주주·재벌지배구조비판·일감몰아주기 고발 등 경제민주화 활동을 10여 년 함께 했다.
“김상조 정책실장에겐 이번 공정경제 3법이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릅니다. 중도보수화 되는 민주당에 휘둘려 진보적 가이드라인을 잡지 못하고 여기서 더 후퇴하면 말이죠”
3일 <민중의소리 >와 만난 채이배 전 의원은 “김상조 실장이 보이지 않는다. 정책의 주도권을 잃은 것 같다. 당과 내각, 청와대를 조율하는 기능적 역할에 매몰되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계 반발로 ‘공정경제 3법’의 디테일이 흔들리며 후퇴하는데, “청와대는 원안을 고수한다”는 메시지가 명쾌하게 나와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법들이 실효성 있게 통과될 수 있도록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김상조 실장에겐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른다”고 재차 강조했다.
채 전 의원은 20대 국회의원으로 ‘공정경제 3법’ 중 상법 개정안 밑그림을 법무부와 협의한 당사자다. 수년 전, 카운터 파트너였던 법무부 명모 과장 이름을 그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원안보다 한참 후퇴한 안을 들고 들어왔어요. 애초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상은 감사위원 전체였습니다. 그걸 딱 한 명으로 줄인 법안을 보고하더군요. 당시 국장은 ‘제1야당이 합의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 활동을 감시하는 이사회 감사위원을 재벌 총수 입김에서 벗어나 민주적으로 뽑자는 것이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다. 상장사는 대개 감사위원을 여럿 둔다. 박근혜 정부도, 문재인 정부도 감사위원은 전부 민주적으로 뽑자는 것이 상법 개정 원안이었다. 그런데, 분리선출 대상이 한 명으로 한정된 것이다. 총수 입맛에 맞는 다수 이사 사이에서 단 한 명의 감사위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채 전 의원은 “소수당 의원으로 어쩔 수 없이 상법 후퇴를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정부는 당시 만든 상법 개정안을 21대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애초 후퇴한 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다시 후퇴하고 있다고 채 전 의원은 우려했다. 감사위원 선출 과정에서 대폭 줄여둔 총수 입김을 조금씩 키우는 수정안이 오가고 있다.
채 전 의원은 “총수 우호지분 ‘3% 한계’를 풀어주자는 말이 나온다. 재계 반발 때문에 민주당이 흔들리는 것이겠지. 이러면 기업에 따라 5%도 될 수 있고 10%도 될 수 있다. 여기서 더 밀리면 하나마나한 법안이 된다. 청와대에서 원안 처리의 강력한 메시지가 나와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더 후퇴 할 거라면 차라리 다음 기회를 노리자”고 강조했다.
<삼성 이재용, 국민 신뢰 회복 위한 최소한의 실행 조건
재벌3세들 ‘꼭 나여야 하나’ 돌아봐야>
채이배 전 의원은 재벌개혁 전문가다. 난잡한 지배구조,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감몰아주기를 수치로 분석하는 데 탁월하다. 경제개혁연구소에서 그가 작성한 보고서는 날카로운 분석력으로 한겨레와 조선일보 1면을 동시에 장식했다. 합리적 문제제기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인정 받았다. 삼성, 현대, SK 등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와 3세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사익편취 행위는 보고서에 적나라하게 담겼다.
“이재용은 이제라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국정농단을 확실하게 인정해야죠. 감옥에 가야 한다면 빨리 갔다 와서 털어버리는 게 좋습니다. 그것이 글로벌 기업 삼성의 최고경영자로서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에요”
채 전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자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원한 것인지, 정준형 부장판사가 원한 것인지는 몰라도 “준법감시위 같은 꼼수로 어떻게든 감옥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는 것이다.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이 ‘CEO가 언제 구속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삼성과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 부회장이 명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속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차명 의혹’도 선제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면 좋다는 것이 채 의원 생각이다. 그는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옛날처럼 차명 거래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국세청이 용납하겠나. 차라리 ‘우리 아버지 재산이 얼마였고, 세금 얼마 낸다’ 당당하게 공개하고 어차피 낼 세금, 투명하게 처리하는 편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벌 경영권 세습은 3세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게 채 전 의원의 생각이다. 거대한 기업집단으로 성장한 재벌이 과거처럼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4세로 넘어가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재용 부회장처럼 경영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는데 그저 장자라고 회장 되는 시대도 끝나간다.
“이재용, 정의선도 알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알고 있다면, 그 기준을 스스로에게도 한 번쯤 적용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엄격한 전문경영인 영입 기준을 자기에게 적용해 보는 거죠. ‘꼭 나여야만 하는가’”
최태원 SK 회장을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계열사 사장단 회의체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주요 경영 사항을 판단하고, 최 회장 스스로는 최대 주주로서 최종 결정은 내리되 사회적 책임과 같은 또 다른 형태의 경영 일부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채 전 의원은 “지배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한 발 떨어져 있는 방식을 3세들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 전 의원은 지난 총선, 불출마 선언 후 탈당했다. 당적을 정리하고 호흡을 고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선 “더이상 함께할 수 있는 접점이 없다”고 말했다. 스스로는 “첫 백수 생활이 즐겁다”고 하지만 TV와 라디오 5개 프로그램에서 경제 전문 패널로 활약하며 의원 시절보다 더 자주, 그의 목소리와 얼굴을 접할 수 있다.
그는 얼마 전 펴낸 자신의 책 ‘공정한 경제 생태계 만들기’에 “경제개혁은 아직 갈 길이 멀고, 그보다 먼저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썼다.
민중의 소리 홍민철 기자
(기사 링크 : https://www.vop.co.kr/A00001523888.html?fbclid=IwAR1YuLwNFsSjKLijV89XsWZmwR1FFGw5Xd9nheaHda866PBYvf0qOBhsDv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