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한 통신사의 TV 광고가 있었다. 여자가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는 것을 목격한 남자가 “상관하지 말라고?”라며 화를 내지만 여자는 “내가 니꺼야? 난 누구한테도 갈 수 있어!”라고 말하고,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혼잣말로 광고는 끝난다.
이후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는 N세대의 대표적인 카피로 시대를 풍미했다.
지난주, 최근 몇년 동안 잠재적인 경영권 분쟁 상태에 있었던 세계 최대 아연 생산회사인 고려아연을 상대로 우리나라 및 동북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및 최대주주와의 주주 간 계약 등을 공시하면서 본격적인 지분 경쟁의 막이 올랐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영풍은 1949년 최기호, 장병희 두 창업주의 협업으로 세워졌다. 이후 75년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동업을 해왔다. 1974년 온산제련소 운영을 위해 계열사로 설립된 고려아연은 최대주주가 장씨 일가 쪽이지만 경영은 최씨 일가 쪽에서 맡았다. 고려아연은 연간 매출 10조원을 바라보고 영업이익 1조원을 내는 알짜기업으로 크게 성장했다.
이번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공시 이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회사(고려아연)는 공개매수에 대한 의견을 통해 현 경영진을 지지하고 최대주주인 영풍과 공개매수자인 MBK파트너스에 대해 실패한 경영자, 기업 사냥꾼이라는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등이 위치한 울산시의 시장은 MBK파트너스를 중국계 자본이라고 비난하며 이례적으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많은 언론은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가족 간 분쟁으로 이번 공개매수를 보는 것 같지만, 기업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가족 간 감정은 복잡한 이해관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회사에서 벌어지는 이해관계 충돌의 양상은 대부분 비슷하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높은 보상을 받고 회사의 돈을 쓸 수 있는 권한을 유지하고 싶다. 주주는 높은 배당과 주가 상승, 즉 높은 총주주수익률(TSR)을 원한다. 임직원은 안정적인 고용과 최소한 깎이지 않는 급여가 중요하다.
회사가 커지면 거래처, 지역사회 등 외부의 간접적 당사자들까지 이해관계자로 엮인다. 이쯤 되면 이제 그 지역 또는 국가 전체의 정치적 문제로 성격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
회사를 둘러싼 충돌이 커지고 당사자가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그 회사가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와 같기 때문이다.
이번 고려아연을 둘러싼 직간접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당사자 모두에게 너무나 중요한 이런 분쟁과 충돌은 어떤 기준에서 해결되어야 할까? 경제 전체적으로 가장 중요한 하나의 기준을 꼽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움직이도록 하는 것’을 들고 싶다. 관성과 기득권을 깨는 쪽으로 제도가 설계되어야 그 안에 숨어 있는 비효율이 빨리 제거되고 한정된 자원이 미래를 위해 투자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는 말은 기업 경영에서도 대단히 유효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은 움직이는 것’이라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란다.
물론 그다음으로는 경영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길 바란다. 민주주의 국가의 권력도 항상 움직이고 움직여야 하는 것처럼, 시장경제의 기업이라면 누구나 언제든 가장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판이 깔려 있어야 한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 와이즈포레스트 대표
원문링크 : [천준범의 기승전 거버넌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갈등…‘경영권은 움직이는 것’ 공감대 형성 계기 되길 - 경향신문 (khan.co.kr)
2000년대 한 통신사의 TV 광고가 있었다. 여자가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는 것을 목격한 남자가 “상관하지 말라고?”라며 화를 내지만 여자는 “내가 니꺼야? 난 누구한테도 갈 수 있어!”라고 말하고,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혼잣말로 광고는 끝난다.
이후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는 N세대의 대표적인 카피로 시대를 풍미했다.
지난주, 최근 몇년 동안 잠재적인 경영권 분쟁 상태에 있었던 세계 최대 아연 생산회사인 고려아연을 상대로 우리나라 및 동북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및 최대주주와의 주주 간 계약 등을 공시하면서 본격적인 지분 경쟁의 막이 올랐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영풍은 1949년 최기호, 장병희 두 창업주의 협업으로 세워졌다. 이후 75년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동업을 해왔다. 1974년 온산제련소 운영을 위해 계열사로 설립된 고려아연은 최대주주가 장씨 일가 쪽이지만 경영은 최씨 일가 쪽에서 맡았다. 고려아연은 연간 매출 10조원을 바라보고 영업이익 1조원을 내는 알짜기업으로 크게 성장했다.
이번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공시 이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회사(고려아연)는 공개매수에 대한 의견을 통해 현 경영진을 지지하고 최대주주인 영풍과 공개매수자인 MBK파트너스에 대해 실패한 경영자, 기업 사냥꾼이라는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등이 위치한 울산시의 시장은 MBK파트너스를 중국계 자본이라고 비난하며 이례적으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많은 언론은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가족 간 분쟁으로 이번 공개매수를 보는 것 같지만, 기업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가족 간 감정은 복잡한 이해관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회사에서 벌어지는 이해관계 충돌의 양상은 대부분 비슷하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높은 보상을 받고 회사의 돈을 쓸 수 있는 권한을 유지하고 싶다. 주주는 높은 배당과 주가 상승, 즉 높은 총주주수익률(TSR)을 원한다. 임직원은 안정적인 고용과 최소한 깎이지 않는 급여가 중요하다.
회사가 커지면 거래처, 지역사회 등 외부의 간접적 당사자들까지 이해관계자로 엮인다. 이쯤 되면 이제 그 지역 또는 국가 전체의 정치적 문제로 성격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
회사를 둘러싼 충돌이 커지고 당사자가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그 회사가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와 같기 때문이다.
이번 고려아연을 둘러싼 직간접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당사자 모두에게 너무나 중요한 이런 분쟁과 충돌은 어떤 기준에서 해결되어야 할까? 경제 전체적으로 가장 중요한 하나의 기준을 꼽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움직이도록 하는 것’을 들고 싶다. 관성과 기득권을 깨는 쪽으로 제도가 설계되어야 그 안에 숨어 있는 비효율이 빨리 제거되고 한정된 자원이 미래를 위해 투자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는 말은 기업 경영에서도 대단히 유효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은 움직이는 것’이라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란다.
물론 그다음으로는 경영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길 바란다. 민주주의 국가의 권력도 항상 움직이고 움직여야 하는 것처럼, 시장경제의 기업이라면 누구나 언제든 가장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판이 깔려 있어야 한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 와이즈포레스트 대표
원문링크 : [천준범의 기승전 거버넌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갈등…‘경영권은 움직이는 것’ 공감대 형성 계기 되길 - 경향신문 (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