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우 기업거버넌스포럼 3대 회장
코리아디스카운트 30~40년째 문제
"밸류업 프로그램 한발 더 나아가야"
[이코노믹데일리]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국 경제에서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 개선 논의는 중차대한 주제였지만, 충분히 논의되기는커녕 외면당해 왔다. 전문가들은 국가 경제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어야 할 기업이 활동하는데 사회적 정당성과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비관적이라는 데 동의한다.
투명한 기업거버넌스가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 전문가 10명이 모여 2019년 12월 12일 설립한 것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창립선언문에서 “바람직한 투자자·기업 관계 정립을 통해 대한민국 기업거버넌스를 개선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고자 모였다”고 말한다.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만난 이남우(60)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기업 지배구조가 저출산 문제만큼 대한민국 발목을 30~40년째 잡고 있는 문제로 보고 있다”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안고 주식을 투자했는데 돈을 못 버는 현재의 자본시장 구조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인 이 회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나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MBA를 받았다. JP모건 홍콩지사 부사장,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노무라증권 아시아고객관리 총괄대표 등으로 근무한 자타가 공인하는 자본시장 전문가다. 1998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있을 때 외환 위기가 터지고 한국 경제가 ‘턴어라운드’(개선) 하는 것을 정확히 맞히며 당시 업계 15위였던 삼성증권을 1년 6개월만에 1위로 만들었다.
증권시장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이자 지켜봐 온 관찰자로서 이 회장은 “그 동안 한국 정부는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 정책을 펼쳐왔다. 대기업이 성장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경영권을 행사하거나 지배주주를 중심으로 의사결정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편의를 봐준 것도 사실”이라며 “지배주주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면서 소액주주들은 항상 피해를 입거나 입을 가능성이 높아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옛날부터 존재했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 진전을 보이지 않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로 한국은 자본시장의 ‘갈라파고스’로 남게 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인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한국 시장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팬데믹 당시 각국의 정부들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서 주식시장에 전에 없는 호황을 맞이 했다.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 투자를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이 회장은 “당시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에 투자하면서 자신을 주주로서 대해주고 돈을 벌면 돌려준다는 걸 느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마트와 스타벅스가 주주를 대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경험했을 수 있다”며 “1400만 개인 투자자 뿐 아니라 정부와 정치인, 우리 포럼 같은 곳에서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밸류업 프로그램은 회사의 ‘펀더멘탈’(원래)의 가치와 주가를 일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말한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 매입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밸류업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배당을 늘리고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 만으로 진정한 밸류업을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 회장은 “한국의 EPS(주당순이익) 성장률은 3%밖에 안 된다. 한국은 전 세게에서 EPS가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라며 “기업들의 이익은 늘어나고 있는데 그 이상으로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희석화되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단은 같은 모회사를 둔 계열사끼리 상장되면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에 일단 이사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다”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목표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목표와 같다. 이 회장은 “상법에 ‘이사의 충실의무’가 구체화돼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주주총회의 투명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더 이상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얘기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원문링크 : 이남우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거버넌스를 얘기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꾸다 ㅣ 이코노믹데일리
이남우 기업거버넌스포럼 3대 회장
코리아디스카운트 30~40년째 문제
"밸류업 프로그램 한발 더 나아가야"
[이코노믹데일리]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국 경제에서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 개선 논의는 중차대한 주제였지만, 충분히 논의되기는커녕 외면당해 왔다. 전문가들은 국가 경제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어야 할 기업이 활동하는데 사회적 정당성과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비관적이라는 데 동의한다.
투명한 기업거버넌스가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 전문가 10명이 모여 2019년 12월 12일 설립한 것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창립선언문에서 “바람직한 투자자·기업 관계 정립을 통해 대한민국 기업거버넌스를 개선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고자 모였다”고 말한다.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만난 이남우(60)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기업 지배구조가 저출산 문제만큼 대한민국 발목을 30~40년째 잡고 있는 문제로 보고 있다”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안고 주식을 투자했는데 돈을 못 버는 현재의 자본시장 구조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인 이 회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나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MBA를 받았다. JP모건 홍콩지사 부사장,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노무라증권 아시아고객관리 총괄대표 등으로 근무한 자타가 공인하는 자본시장 전문가다. 1998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있을 때 외환 위기가 터지고 한국 경제가 ‘턴어라운드’(개선) 하는 것을 정확히 맞히며 당시 업계 15위였던 삼성증권을 1년 6개월만에 1위로 만들었다.
증권시장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이자 지켜봐 온 관찰자로서 이 회장은 “그 동안 한국 정부는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 정책을 펼쳐왔다. 대기업이 성장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경영권을 행사하거나 지배주주를 중심으로 의사결정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편의를 봐준 것도 사실”이라며 “지배주주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면서 소액주주들은 항상 피해를 입거나 입을 가능성이 높아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옛날부터 존재했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 진전을 보이지 않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로 한국은 자본시장의 ‘갈라파고스’로 남게 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인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한국 시장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팬데믹 당시 각국의 정부들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서 주식시장에 전에 없는 호황을 맞이 했다.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 투자를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이 회장은 “당시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에 투자하면서 자신을 주주로서 대해주고 돈을 벌면 돌려준다는 걸 느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마트와 스타벅스가 주주를 대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경험했을 수 있다”며 “1400만 개인 투자자 뿐 아니라 정부와 정치인, 우리 포럼 같은 곳에서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밸류업 프로그램은 회사의 ‘펀더멘탈’(원래)의 가치와 주가를 일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말한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 매입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밸류업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배당을 늘리고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 만으로 진정한 밸류업을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 회장은 “한국의 EPS(주당순이익) 성장률은 3%밖에 안 된다. 한국은 전 세게에서 EPS가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라며 “기업들의 이익은 늘어나고 있는데 그 이상으로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희석화되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단은 같은 모회사를 둔 계열사끼리 상장되면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에 일단 이사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다”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목표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목표와 같다. 이 회장은 “상법에 ‘이사의 충실의무’가 구체화돼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주주총회의 투명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더 이상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얘기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원문링크 : 이남우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거버넌스를 얘기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꾸다 ㅣ 이코노믹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