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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두산밥캣이 ‘고아주식’으로 불리는 이유 (이남우 회장)

사무국
2024-08-17
조회수 171


두산 구조 개편안 발표 이후
한달 만에 시총 6.5조원 날아가
“지배주주 이익만 우선”
이사회 다시 열어
일반주주 관점서 재심의하고
상법·자본시장법 개정해
이사충실의무에 주주 포함해야 






월가에서 두산밥캣은 ‘고아 주식’(Orp han stock)이라 불린다. 부모에게 버림받아 몸 붙일 곳이 없는 어린아이같이 두산밥캣은 미국에 상장되었다면 사랑을 받았을 텐데 국내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기 때문이다. 두산밥캣은 미국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1947년 설립 후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한 로더 등 소형 장비의 리더이다. 두산그룹이 2007년 인수 후 2016년 한국거래소에 상장시켰지만 매출액 70% 이상이 북미에서 발생하고 경영진 12명 중 8명이 외국인이다. 분기 실적도 달러 기준으로 발표한다. 두산밥캣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을 것이다. 2016년 지배주주인 박패밀리는 미국IB 어드바이스와 반대로 미국 상장 대신 여의도행을 택했다.


올해 7월 11일 두산그룹이 자본시장법의 상장회사 합병비율 조항을 악용한 사업구조 재편을 발표하자 투자자들은 8년 전 국내 상장의 ‘깊은 뜻’을 알게 되 었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3사가 동시에 분할 합병, 주식교환 등 자본거래를 공시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산하 알짜 기업인 두산밥캣을 떼어내 기술력이 검증되지 않은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것이 요지 였 다. 


로보틱스의 고평가를 이용해 매출 규모가 183배 차이 나는 두 회사 기업가치를 동일하게 보는 사업 재편은 일반주주 이익을 극도로 침해한다. 주총 통과 시 박패밀리가 지배하는 ㈜두산은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지배력이 14%에서 42%로 상승한다. 이에 반해 두산밥캣 주주들은 저평가 보유 주식을 만성 적자인 로보틱스 주식으로 받게 되므로 심각한 이익 침해가 발생한다. 두산그룹 시가총액이 개편안 발표 후 한 달 만에 6.5조 원 증발했다고 한다. 7월 11일 개편안 발표 후 4개 사 주가는 평균 28% 하락했다. 두산그룹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깨졌다는 의미이다.


두산 경영진들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합병은 대부분 그룹 관계사 간에 이뤄지고, 지배주주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가장 유리한 주가와 시점을 기준으로 합병이 이뤄진다. 박패밀리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기 위해 두산밥캣이 장기간 저배당정책으로 주가 상승을 억눌렀다는 의심도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배주주 이익만 우선하는 기업경영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두산 측 합병신고서 내용이 미흡할 경우 계속 반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연한 조치이다. 


두산 3사 이사들은 지금이라도 이사회 재개최를 요구해 일반주주 관점에서 재심의하길 바란다. ㈜두산과 두산에너빌리티는 특별이해관계자이므로 각각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재선임을 위해 지배주주 눈치를 보는 사외이사들 때문이다. 국회는 빠른시일 내에 상법 또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이사 충실의무에 주주를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남우 회장(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원문 링크 : 두산밥캣이 ‘고아주식’으로 불리는 이유 - 법률신문 (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