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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눈 앞, 원화 약세의 본질: ‘달러 부족’이 아니라 ‘한국 신뢰 부족’[기고](김봉기 대표)

사무국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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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더 불편한 것은 이번 약세가 “설명 가능한 약세”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도체·방산·조선·화장품 등 수출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회복되고, 외국인 관광객도 늘고 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명문화되면서 외국인 수급과 코스피 재평가 기대도 커졌다. 달러인덱스가 꺾이는 흐름에서도 원화가 유독 약한 모습은, 단순히 “미국이 금리가 높아서”라는 한 문장으로는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물론 금리차는 강력한 압력이다. 한국보다 높은 미국 금리가 오래 유지될수록 달러 자산 선호는 지속된다. 하지만 지금의 원화 약세에는 하나의 중요한 구조가 겹쳐 있다. 달러 수요가 ‘공포가 만든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상시적 습관’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기금·기관·개인 모두가 해외자산 비중을 키우는 과정에서, 원화는 꾸준히 달러로 바뀐다. 이 흐름이 커질수록 환율은 위기 때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높은 레벨을 ‘기본값’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통화 문제는 자본시장 문제로 연결된다. 서학개미의 해외투자 급증은 단순한 수익률 추구만이 아니다. 많은 개인들에게 그것은 “정상적인 자본시장으로의 이주”에 가깝다. 예측 가능한 배당, 합리적 자사주 매입과 소각, 이해상충 거래에서의 공정한 절차가 작동하는 곳으로 돈이 이동한다. 반대로 국내에서 지배주주가 시간과 가격을 쥔 채 일반주주를 헐값에 축출할 수 있다는 학습이 강화되면, 한국 주식은 구조적으로 할인받고, 그 할인은 다시 해외로의 자본이탈—즉 달러 상시 매수—로 이어진다.

최근 이마트의 신세계푸드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 추진 같은 사례가 상징적이다. 핵심은 “가격이 싸다/비싸다” 이전에, 이해상충 거래에서 절차가 얼마나 공정했는가다. 독립된 이사회 위원회가 있었는지, 외부평가가 독립적으로 이뤄졌는지, 정보와 시간, 협상력이 소수주주에게도 공정하게 배분됐는지 묻지 않으면, 시장은 결론을 단순화한다. “언제든 축출될 수 있다면, 한국 주식은 할인받는 게 정상이다.” 이 학습이 반복될수록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심화되고, 원화에는 계속 달러 수요가 쌓인다.

이 대목에서 워런 버핏의 ‘통화 안정’ 통찰은 단순한 교과서적 경고를 넘어선다. 그는 통화가치의 훼손이 물가의 문제를 넘어 사회의 신뢰 인프라를 무너뜨린다고 본다. 통화가 계속 약해지는 환경에서는 정직하게 일하고 저축하며 제도를 믿은 사람이 실질구매력 하락으로 손해를 본다. 반면 인플레이션을 ‘게임’처럼 읽고 레버리지와 자산 전환, 규제의 빈틈을 활용하는 사람이 더 부자가 된다. 사회가 학습하는 메시지는 “규칙을 지키면 바보가 된다”로 바뀐다. 버핏이 원치 않는 사회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성과 상식, 성실의 보상이 무너지는 사회다.

따라서 처방은 두 갈래로 동시에 가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달러 수급의 충격을 완충해야 한다. 연기금과 기관의 해외투자가 현물환 시장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헤지와 집행 규칙을 정교화하고, 외화조달 경로를 다변화해 시장의 달러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근본이 바뀌지 않는다. 중장기 처방의 핵심은 자본시장 신뢰의 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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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눈 앞, 원화 약세의 본질: ‘달러 부족’이 아니라 ‘한국 신뢰 부족’[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