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활동

본 포럼은 험로가 예상되는 미래의 그 첫발을 내딛고자 합니다.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원활동 ㅣ 포럼 회원 활동 모음입니다.

한국 자본시장의 ‘선택의 시간’ [기고](김봉기 대표)

사무국
2025-12-17
조회수 78

국회·거래소·금융당국·대통령, 그리고 투자자들이 지금 결정해야 할 것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서 한국의 많은 개인들은 처음으로 “정상적인 자본시장”이 무엇인지 몸으로 배웠다. 주주의 대리인인 이사회와 경영진이 지배주주의 허수아비가 아니라, 일반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들은 주당 내재가치를 키우기 위해 매출·영업이익·자산·잉여현금흐름이라는 분자를 키우고, 자본비용·유통주식 수·비수익·저수익 자산이라는 분모를 줄이는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그 과정을 숨기지 않고, 주당가치가 주가에 반영되도록 성실히 소통한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 예측 가능한 배당으로 기업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문화를 보며, 우리는 “소액주주도 대주주와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희미한 희망이 아니라 현실을 보게 되었다.

반대로 한국 시장에서 많은 투자자들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상속 부담을 이유로 주가 상승을 원치 않는 대주주, 이제야 과실을 나누나 싶으면 물적분할과 각종 꼼수로 이익을 독식하는 지배주주, 그 옆에서 침묵하거나 들러리 서는 이사회와 감사들.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며 미국 시장은 ‘천국’처럼 보였다. 돈이란 본래 부당한 대우를 피해서 공정함과 보상이 있는 곳으로 흘러간다. 이는 중력처럼 피할 수 없는 법칙이다. 혁신과 주주환원이 흐르는 곳에 자본이 머무르고, 기만과 차별이 쌓인 곳에서 자본은 떠나간다.

그리고 2025년 12월 15일, 신세계푸드 공개매수 공시는 이 상처가 왜 반복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거래 구조는 명확하다. 지배주주 이마트가 공개매수로 지분을 추가 취득해 완전자회사화하고,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going-private 성격의 거래다. 이미 이마트 지분이 46.87%에서(계열사 지분 반영 시) 55.47%까지 올라간 흐름 속에서, 남은 유통주식을 현금으로 회수해 비상장 전환을 목표로 한다. 문제의 핵심은 “구조”가 아니라 가격과 절차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자본 3,174억 원, 주당 순자산 약 87,802원이라는 수치 위에서 공개매수 가격 48,120원은 PBR 약 0.55배에 불과하다. 청산가치·순자산 대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일반주주 지분이 ‘회수’되는 결과가 된다면, 이것은 시장이 아니라 재산의 이전으로 읽힌다. 이런 거래는 본질적으로 주주 간 이해상충이다. 그래서 법과 제도가 요구하는 건 단 하나, 공정한 가격과 공정한 절차다. 독립적 검증과 이해상충 통제 없이 “결정했다”는 통지만 남는다면, 이사회는 주주의 대리인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대리인으로 전락한다.

이제 선택의 시간은 한국의 권력자들과 생태계의 주체들에게로 넘어왔다. 국회의원들은 말뿐인 자본시장 활성화가 아니라, 모든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와 동등대우 원칙을 법과 집행으로 완성할 것인가, 아니면 지배주주의 편의를 위해 또 다른 예외와 뒷문을 열어둘 것인가. 거래소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문지기가 될 것인가, 편법과 꼼수를 눈감아주는 흥행 기획사가 될 것인가. 금융위와 감독당국은 관치의 손으로 시장을 흔들 것인가, 아니면 공정한 룰과 엄정한 집행으로 신뢰의 인프라를 세울 것인가. 대통령과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방치한 채 구호만 외칠 것인가, 아니면 “주주권이 존중받는 나라가 진짜 선진국”이라는 분명한 방향을 실제 사건에서 관철할 것인가.


(이하 전문은 저작권 관리 정책에 의해 아래 원문 링크를 통해 확인 부탁드립니다.) 


한국 자본시장의 ‘선택의 시간’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