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이슈: 김우진 서울대 교수 인터뷰
주주충실의무 명문화로 이사회 결정 신중해질 것
기업에 왕조적 사고 만연, 천부적 경영권이 어디 있나?
자본 효율화 위해 일반주주 대변자 이사회 진출해야

종합주가지수가 지난14일 종가로 3200선을 넘었다. 새 정부 출범을 즈음해 상승세가 가팔랐다. 여기에는 상법 개정으로 한국 증시가 달라질 것이란 투자자의 기대가 한몫했다.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등을 규정한 상법 개정안이 지난 3일 여야 합의로 통과된 데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규정한 2차 상법 개정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는 소송남발로 경영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외국계 헤지펀드만 좋은 일 만드는 것이란 익숙한 반대 논리를 제시한다. 정하려면 배임죄 폐지,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속·증여세 부담 완화도 함께 추진하라고 요구한다.
용두사미가 되곤 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1400만 증권 투자자의 지지에 힘입어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제도 정비가 순항하면 한국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란 기대가 크다. 동아시아에 속한 제조업 강국 일본, 대만에 비하더라도 한국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이름의 저평가에 오래 고생했다. 그 바탕에는 상장회사에서 지배주주가 편법, 불법으로 사익을 취하는 후진적 기업지배구조가 있었다. 일본, 대만도 2010년대 초중반 부터 이른바 ‘밸류업’ 노력을 해 오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이 합리적이고 투명한 지배구조 만들기였다.
재무금융 전문가인 김우진 서울대 교수(경영전문대학원)는 지난 1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상법 개정을 “역사적인 사건”이라 평가했다. 상법 개정의 목표는 기업지배구조 선진화와 주식 저평가 해소이지만 여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한다. 궁극적으로 자본의 효율성을 높여 시들어가는 한국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길이라 강조한다. 인터뷰는 김 교수가 보직을 맡은 서울대 재정전략실장실에서 했다.
개정된 상법은 이사가 회사 뿐 아니라 ‘주주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하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간 한국에서는 이사회 결정이 회사에 명확한 손실을 가져오지 않는 한 법적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경영판단의 원칙’까지 잘못 적용돼 이사들이 소송을 당하거나 책임 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 최근 몇 년간 논란이 된 물적분할 후 자회사 중복 상장, 특정인에게 유리한 합병가액 산정 등은 지배주주를 위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킨 것인데도 이사의 충실의무 위배가 아니었다.
― 주주충실의무 조항이 왜 중요한가?
“경영진이 기업을 왜 운영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법조문의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어느 주요국도 충실의무의 궁극적 대상이 주주라는 점을 부정하는 곳이 없다. 이는 너무 명백함에도 한국의 법원 판례는 이를 잘 받아들이지 않았다. 충실의무가 명문화된 건 그래서 의미가 크다. 한국의 경영진은 회사 운영의 기본 목표가 기업가치 극대화임에도 외형적 성장에 치중했다. 앞으로는 기업가치 극대화, 좁혀서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목표를 경영진들, 특히 이사회가 늘 염두에 둬야 하기에 굉장히 큰 변화가 올 것이다.”
― 충실의무가 언뜻 봐서는 선언적 조항으로 보이는데.
“별 변화가 없을 것이란 걱정도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충실의무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에 이해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작동한다. 예를 들어 회장이 개인회사를 만들어 일감을 몰아주면 상장회사의 이익이 그리로 빠져나간다. 이런 이해충돌이 주주의 소송 대상이 된다. 이제 이사회는 일감몰아주기나 계열사 간 합병을 옛날처럼 기계적으로 승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법이 명확해졌으므로 소송을 통해 판례가 쌓여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 재계는 소송이 남발될 걸 우려한다.
“오해가 있는데, 충실의무가 회사와 주주를 대립적 위치에 놓는 게 아니다. 주주가 배당을 더 하라고 소송할 수 없다. 회사가 투자나 인수·합병(M&A)에 실패해도 마찬가지다. 모든 주주에게 비례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그런 의사결정은 소송 대상이 아니다. 그런 걸 면책하는 게 ‘경영 판단’의 원칙이다.”
―이번 법 개정이 주식시장에서 한국기업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까?
“주주충실의무는 나쁜 짓을 하면 안된다는 최소한의 조처이다. 그것만으로도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데 한국기업 저평가의 또 다른 이유는 번 돈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론상 기업이 지난해외 동일한 수익을 내도 (돈을 쌓아두면 분모가 커져서) 자기자본이익율(ROE)은 계속 떨어지게 된다. 이 돈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충실의무 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사회에서 그런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적극적으로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사회에 일반 주주의 의사를 대변하는 이사가 최소 한두명이라도 들어가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 면에서 규모가 큰 상장기업의 집중투표제 의무화나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같은 2단계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
실제로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일부 국내기업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자본을 쌓아두고 있다. 섬유, 화학 등에서 한 때 열심히 제조업을 했으나 새로운 산업흐름에 맞춰 변신하지 못해 공장 터나 건물을 잔뜩 갖고 부동산업이 주업처럼 된 기업이 많다. 이렇게 잠긴 돈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코스피 200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2024년)로 선진국 23개국 평균 3.5배는 물론 신흥국 24개국 평균 1.8배에도 못미친다.
― 자본이 효율적이다, 아니다의 기준이 뭔가?
“경영을 잘해서 자본비용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것이다. 기업이 주식 발행이나 부채로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비용(WACC)인 자본비용은 굉장히 중요한 지표이다. 일본의 밸류업이 특별한 게 아니다. 자본비용이 핵심이고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자본비용을 공개하는 순간 자본비용 이상을 달성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이제까지 외형 성장 위주로 해왔으니 관점을 바꿔 자본비용과 주가를 보는 경영을 하라는 게 일본 밸류업의 초점이다.”
(이하 전문은 저작권 관리 정책에 의해 아래 원문 링크를 통해 확인 부탁드립니다.)
“상법 개정은 역사적 사건…자본 효율화해 경제 활력 높일 것”
HERI이슈: 김우진 서울대 교수 인터뷰
주주충실의무 명문화로 이사회 결정 신중해질 것
기업에 왕조적 사고 만연, 천부적 경영권이 어디 있나?
자본 효율화 위해 일반주주 대변자 이사회 진출해야
종합주가지수가 지난14일 종가로 3200선을 넘었다. 새 정부 출범을 즈음해 상승세가 가팔랐다. 여기에는 상법 개정으로 한국 증시가 달라질 것이란 투자자의 기대가 한몫했다.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등을 규정한 상법 개정안이 지난 3일 여야 합의로 통과된 데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규정한 2차 상법 개정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는 소송남발로 경영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외국계 헤지펀드만 좋은 일 만드는 것이란 익숙한 반대 논리를 제시한다. 정하려면 배임죄 폐지,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속·증여세 부담 완화도 함께 추진하라고 요구한다.
용두사미가 되곤 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1400만 증권 투자자의 지지에 힘입어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제도 정비가 순항하면 한국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란 기대가 크다. 동아시아에 속한 제조업 강국 일본, 대만에 비하더라도 한국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이름의 저평가에 오래 고생했다. 그 바탕에는 상장회사에서 지배주주가 편법, 불법으로 사익을 취하는 후진적 기업지배구조가 있었다. 일본, 대만도 2010년대 초중반 부터 이른바 ‘밸류업’ 노력을 해 오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이 합리적이고 투명한 지배구조 만들기였다.
재무금융 전문가인 김우진 서울대 교수(경영전문대학원)는 지난 1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상법 개정을 “역사적인 사건”이라 평가했다. 상법 개정의 목표는 기업지배구조 선진화와 주식 저평가 해소이지만 여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한다. 궁극적으로 자본의 효율성을 높여 시들어가는 한국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길이라 강조한다. 인터뷰는 김 교수가 보직을 맡은 서울대 재정전략실장실에서 했다.
개정된 상법은 이사가 회사 뿐 아니라 ‘주주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하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간 한국에서는 이사회 결정이 회사에 명확한 손실을 가져오지 않는 한 법적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경영판단의 원칙’까지 잘못 적용돼 이사들이 소송을 당하거나 책임 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 최근 몇 년간 논란이 된 물적분할 후 자회사 중복 상장, 특정인에게 유리한 합병가액 산정 등은 지배주주를 위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킨 것인데도 이사의 충실의무 위배가 아니었다.
― 주주충실의무 조항이 왜 중요한가?
“경영진이 기업을 왜 운영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법조문의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어느 주요국도 충실의무의 궁극적 대상이 주주라는 점을 부정하는 곳이 없다. 이는 너무 명백함에도 한국의 법원 판례는 이를 잘 받아들이지 않았다. 충실의무가 명문화된 건 그래서 의미가 크다. 한국의 경영진은 회사 운영의 기본 목표가 기업가치 극대화임에도 외형적 성장에 치중했다. 앞으로는 기업가치 극대화, 좁혀서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목표를 경영진들, 특히 이사회가 늘 염두에 둬야 하기에 굉장히 큰 변화가 올 것이다.”
― 충실의무가 언뜻 봐서는 선언적 조항으로 보이는데.
“별 변화가 없을 것이란 걱정도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충실의무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에 이해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작동한다. 예를 들어 회장이 개인회사를 만들어 일감을 몰아주면 상장회사의 이익이 그리로 빠져나간다. 이런 이해충돌이 주주의 소송 대상이 된다. 이제 이사회는 일감몰아주기나 계열사 간 합병을 옛날처럼 기계적으로 승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법이 명확해졌으므로 소송을 통해 판례가 쌓여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 재계는 소송이 남발될 걸 우려한다.
“오해가 있는데, 충실의무가 회사와 주주를 대립적 위치에 놓는 게 아니다. 주주가 배당을 더 하라고 소송할 수 없다. 회사가 투자나 인수·합병(M&A)에 실패해도 마찬가지다. 모든 주주에게 비례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그런 의사결정은 소송 대상이 아니다. 그런 걸 면책하는 게 ‘경영 판단’의 원칙이다.”
―이번 법 개정이 주식시장에서 한국기업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까?
“주주충실의무는 나쁜 짓을 하면 안된다는 최소한의 조처이다. 그것만으로도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데 한국기업 저평가의 또 다른 이유는 번 돈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론상 기업이 지난해외 동일한 수익을 내도 (돈을 쌓아두면 분모가 커져서) 자기자본이익율(ROE)은 계속 떨어지게 된다. 이 돈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충실의무 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사회에서 그런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적극적으로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사회에 일반 주주의 의사를 대변하는 이사가 최소 한두명이라도 들어가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 면에서 규모가 큰 상장기업의 집중투표제 의무화나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같은 2단계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
실제로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일부 국내기업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자본을 쌓아두고 있다. 섬유, 화학 등에서 한 때 열심히 제조업을 했으나 새로운 산업흐름에 맞춰 변신하지 못해 공장 터나 건물을 잔뜩 갖고 부동산업이 주업처럼 된 기업이 많다. 이렇게 잠긴 돈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코스피 200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2024년)로 선진국 23개국 평균 3.5배는 물론 신흥국 24개국 평균 1.8배에도 못미친다.
― 자본이 효율적이다, 아니다의 기준이 뭔가?
“경영을 잘해서 자본비용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것이다. 기업이 주식 발행이나 부채로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비용(WACC)인 자본비용은 굉장히 중요한 지표이다. 일본의 밸류업이 특별한 게 아니다. 자본비용이 핵심이고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자본비용을 공개하는 순간 자본비용 이상을 달성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이제까지 외형 성장 위주로 해왔으니 관점을 바꿔 자본비용과 주가를 보는 경영을 하라는 게 일본 밸류업의 초점이다.”
(이하 전문은 저작권 관리 정책에 의해 아래 원문 링크를 통해 확인 부탁드립니다.)
“상법 개정은 역사적 사건…자본 효율화해 경제 활력 높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