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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TSMC엔 있고 삼성엔 없는 '쓴소리' (이남우 회장)

사무국
20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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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창은 대만 TSMC를 창업한 94세의 세계적인 기업가이다. 중국 저장성 닝보에서 태어난 후 그는 학창시절 중일전쟁 등을 피해 중국 내 6개 도시를 전전했고, 1949년 하버드대 입학을 위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MIT대 석사 취득 후 27세에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 취직해 20년 후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그룹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1985년 창 박사는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대만행 비행기를 탄다. 대만 정부의 요청으로 대만산업기술연구원장직을 수행하면서 1987년 56세의 나이에 파운드리 반도체업체 TSMC를 창업한다. 반도체 베테랑인 창 박사는 반도체 설계를 하는 팹리스 업체로부터 제조를 위탁받아 생산을 전담하는 파운드리 사업모델이 대만 산업구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꿰뚫은 신의 한 수였다.

 

2018년 퇴임 전까지 창 회장은 TSMC를 세계적인 회사로 키웠다. TSMC 시가총액은 1450조 원으로 삼성전자의 4배이다. 불과 10년 전 삼성전자 시총이 TSMC의 2배였던 사실을 되새기면 삼성전자의 심각한 위기와 TSMC의 비약적 발전을 짐작할 수 있다. MSCI가 발표하는 세계 우량기업 톱10에 TSMC는 5위에 등극했다.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어깨를 겨누는 미국 회사가 아닌 유일한 해외기업으로 선정된 셈이다.


TSMC 성공 비결은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 이를 뒷받침하는 대만 근로자의 근면성, 창 회장이 구축한 훌륭한 경영시스템 및 선진 거버넌스에 있다. TSMC 주가수익배수(PER)는 항상 20배 이상으로 삼성전자의 2배가 넘는데 이는 경영성과 뿐 아니라 주주 중심 경영을 추구하는 회사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반영한다.

 

수십 개 자회사·손자회사들이 동시 상장되어 중복상장 디스카운트를 야기하는 한국 대기업과 달리 TSMC는 단지 한 개 회사만 상장되어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모회사 주주에게 모든 가치창출이 돌아가도록 한 기업거버넌스의 정석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이고 애플, 메타, 아마존 등 모회사 한 곳만 상장된 미국 블루칩 구조와 동일하다. 창업 후 10년이 지난 1997년 창 회장은 TSMC 발행주식수의 20%를 뉴욕증권거래소에 전격 상장한다. 선진자본시장에서 경쟁하고 거버넌스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적 포석이었다.

 

TSMC는 기술력뿐 아니라 주주권리, 이사회 독립성 등 거버넌스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회사 중 하나다. 창 회장의 거버넌스 철학이 반영된 결과이다. 국내 대부분 상장기업 이사회는 1시간 이내에 끝나는데 TSMC는 분기 이사회를 3일에 거쳐서 진행한다. 10명 이사회 멤버 중 7명이 사외이사이고 이들은 미국·영국의 다국적기업 CEO 출신, 전 MIT대 총장 등 리더들로 구성되었다. 심층 토론을 통해 사외이사들이 잠재적 리스크를 지적해주고 21세기를 주도할 AI기술에 대비하라고 한 결과 TSMC는 지난 5~10년간 승승장구했다. 반면 100% 한국인 이사들로 구성된 삼성전자 이사회는 쓴소리를 할 독립적인 인물이 없다. 삼성전자가 위기를 맞은 다른 이유이다.

 

창 회장은 후계자를 선정하면서 “세계적 기업을 이끄는 리더는 반드시 기식(器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식은 사람의 그릇을 의미하는 기량과 식견을 의미한다. 그는 자신의 업적을 얘기할 때 거버넌스 개선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독립이사회, 독립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주장했다. 창 회장은 독립 전문경영인은 이사회에 의해 고용되고, 대주주 이익에 편향되지 않으며 전체 주주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하고자 하는 대한민국 국회가 이번 봄에 모리스 창 회장을 모시고 기업거버넌스 강연을 들으면 좋겠다.

 

 


이남우 회장(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원문링크 : TSMC엔 있고 삼성엔 없는 '쓴소리' - 법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