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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삼성전자 임원 ‘주식 깜짝 보상’ (이남우 회장)

사무국
20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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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나비넥타이를 매던 영국인 상사 히크만 전무와 1994년말 그의 사무실에서 마주 앉았다. 한국을 떠나 JP모건 홍콩으로 옮기고 난 후 처음 하는 인사고과 미팅이었다. 1년 동안 애 많이 썼다는 칭찬을 들은 후 나는 호기심에 히크만 전무에게 물었다. “나의 성과급은 어떻게 결정됩니까” 그의 대답은 명료했다. “지난 1년간 회사, (귀하가 소속된) 아태본부 경영성과 및 개인의 업적에 따라 결정됩니다.”

 

기업 경영에는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지배주주나 경영자가 정보비대칭성을 이용해 기업과 일반주주에 해를 끼치면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가 문제이다. 도덕적 해이도 경계해야 하지만 최근 성과가 부진한 삼성전자처럼 무한 경쟁의 IT업종에서 무사안일한 근무자세도 문제이다.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채찍과 당근이 함께 필요하다. 주주들이 주총에서 이사를 선출해 이사회가 경영자를 감독하는 방법이 있다. 거버넌스 관점에서 더 바람직한 방법은 인센티브를 통해 경영자의 부와 주주의 부 사이 얼라인먼트를 만드는 것이다. 주식보상을 중심으로 장기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지난 1월 17일 삼성전자는 임원 1000여명에게 성과급 일부를 회사 주식으로 지급한다는 보상 정책을 발표했다. 주주, 이사회, 임직원 사이 얼라인먼트 부재를 해결하기 위한 의미있는 첫 단추라고 생각된다. 연봉의 최대 50%까지 주식으로 지급할 수 있다. 매도금지 제한 규정도 있다. 2026년부터는 일반 직원에게도 본인이 원하면 주식보상을 확대할 계획이라 알려졌다. 작년말 삼성전자 임원들이 반도체 특별법에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포함해 달라고 국회를 찾아 호소했지만 대부분 삼성전자의 젊은 엔지니어는 주40시간 근무도 느슨하게 한다고 알려져있다. 사기가 떨어졌고 내가 회사 주인이라는 의식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번 발표는 중역들도 놀랐다고 하니 극비리에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임원보상은 이사회 핵심 업무 중 하나인데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배제되었다면 심각한 문제다. 이제 삼성전자는 선진국형 보상체제로 가는 첫 걸음마를 떼었다. 일본의 대표적 IT기업인 히타치의 도시아키 히가시하라 CEO는 120억 원에 달하는 회사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성공한 히타치는 지난 5년간 주가가 333% 상승해 주주 뿐 아니라 임직원들이 함께 윈윈하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 4명의 사내이사는 평균 8억8000만 원의 회사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 소속이자, 그룹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임원 18명 중 13명은 회사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뒤늦었지만 삼성전자도 애플, 엔비디아 같이 개인이 노력하고 회사가 발전하면 장기 주가상승을 통해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주식문화’가 자리잡으면 좋겠다.

 

언제나 실리콘밸리로 이직이 가능한 삼성전자 핵심 기술인력 입장에서는 절대 보상금액 뿐 아니라 주식보상 규모도 너무 적다. 금년 평균 3억 원 규모 주식보상을 임원에게 지급하면, 총 2000억~4000억 원이 소요될 것이다. 삼성전자보다 직원 수가 훨씬 적은 메타는 2022년 17조 원 규모의 회사주식을 임직원에게 보상으로 나눠줬다. 실리콘밸리 간판기업 10년 차 소프트엔지니어는 대략 10억 원의 보상을 받는데 60~70%가 장기인센티브인 주식이다. 2022년 이후 메타 주식은 대략 3배, 알파벳 2배, 엔비디아 5배가 상승했으니(이들 기업으로 이직이 가능한) 삼성전자 핵심인력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매우 클 것이다. 테슬라는 대학 갓 졸업한 신입 엔지니어들에게 입사시 1억 원 이상의 주식보상을 부여한다. 실리콘밸리 보상정책은 한마디로 “모두 신바람 나게 열심히 일해서 기업가치를 올리라”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이남우 회장(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원문링크 : 삼성전자 임원 ‘주식 깜짝 보상’ - 법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