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논평]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안) A학점 지원방안 총점은 B-에 머물러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안) A학점 지원방안 총점은 B-에 머물러


“기업가치 제고의 명확한 책임 주체 명시 등 

거버넌스 핵심 이슈 해결 로드맵과 국민연금 역할 제시 필요”




오늘 진행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 중“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안)은 아주 디테일하고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우리 포럼이 그동안 주장한대로 이사회의 적극적 참여를 기반으로 자본비용, 자본수익성, 시장 평가,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 주주환원 등을 계산한 후 기업 스스로 밸류업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이드라인(안) 핵심 설계자인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오늘 발표에서 경영진 보수를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연계시키고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이익의 얼라인먼트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이드라인(안)이  5월에 확정되면 금융수장, 임원, 간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상장사들을 설득한다는 가정 하에 가이드라인(안)에 A학점을 부여한다.

이미 많은 대기업들은 밸류업 지원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한 2월부터 내부적으로 핵심 자본효율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 투하자본이익률(ROIC)과 주주자본비용(COE),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을 따져봤을 것이다. 한국의 거의 모든 상장사는 자기자본이익율이 주주자본비용에 한참 못 미친다. 그 결과 총주주수익률이 과거 10년간 선진국 최저 수준인 연 5% (=2% 배당수익률+ 3% 주가상승)에 불과하다. 이런 계산을 통해 상장사 지배주주와 경영진들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업가치가 파괴되어서 일반주주들이 피해를 봤는지 이해하고 반성하길 바란다. 일본 거버넌스 개혁이 성공한 요인 중 하나는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 자본효율성을 파악하고 개선 대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사회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대부분 이사회 멤버들은 독립성의 문제도 있지만 재무 회계 지식이 부족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상장사들이 컨설팅, 증권사, 회계법인의 전문가들과 계약해서 이들이 이사들의 재무 회계 지식을 제고시키길 권한다. 이는 독립적인 이사회로 가는 첫 단추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동기 부여다. 가이드라인의 구체성은 좋지만, 주가 상승에 대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인식이 상반되는 현실에서  기업과 이사회가 왜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주가를 올리고자 해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한 근거 제시가 없다. 단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관점이라면 아무리 구체적이고 좋은 말이 가득한 가이드라인이라도 미사여구로 그치고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이다. 지난 2022년 금융위원회가 매우 구체적인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2월 이후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이 HD현대 그룹은 HD현대의 자회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을 상장시키겠다고 준비했다. 2020년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후 상장 과정에서  모자 동시상장 이슈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다시 부각되었다. 이를 계기로 2022년 금융위가 물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회사에 대한 상장 심사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HD현대는 이를 비웃기나 하는 듯 HD현대마린을 5월에 상장한다. HD현대 주식 10% 이상을 보유한 국민연금이나 과반수 이상 지분을 가진 일반주주 피해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일반주주의 투자가치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 가이드라인은 가장 먼저 여기에 대한 답을 주었어야 한다. 책임이 불분명한 제도는 공허한 구호에 그치게 된다. 지배주주인지, 이사회인지, 대표이사인지, 일반주주의 투자가치 보호에 관한 명확한 책임 주체 지정을 통해 비로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이 보장될 것이다. 일본은 거래소의 기업 거버넌스 코드를 통해 회사의 이사회에게 모든 주주에 대한 ‘수탁자 책임’이 있음을 명시했다. 상장회사의 이사회가 주주의 돈을 ‘맡아 관리하는 주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렇게 원칙을 명시하면 어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더라도 이사회가 주가를 올리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쪽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상법개정을 통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 자사주 의무 소각 등 명확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가이드라인(안)에 이와 같은 거버넌스 개선과 관련된 핵심 이슈들이 빠진 것은 매우 안타깝다. 주주에 대한 책임 소재 명시와 같은 탄탄한 제도적 기초 없이 기술적인 조치만 나열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문제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밸류업이 성공적으로 안착되려면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본 거버넌스 개혁의 산파역을 GPIF가 했는데 철저한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을 통해 일본 자본시장의 투자 문화를 바꿨다. 우리의 국민연금도 기업 거버넌스 개선의 전도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몇 주 후 가이드라인(안)이 확정되는 시점에 국민연금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 언급이 있기를 희망한다. 훌륭한 가이드라인(안)을 제시했지만, 밸류업 지원방안 총점이 B-에 머무르는 이유를 경제팀, 금융당국 및 자문단은 깊이 생각하길  바란다.




2024.5.2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