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논평] 현정은 회장에 대한 쉰들러의 주주대표소송 대법원 승소 확정판결에 대한 논평


대법원 민사3부는 3월 30일, 쉰들러 홀딩 AG(이하 “쉰들러”)가 현정은 회장 등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이하 “본건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이번 판결로 피고들 중 현정은 회장 및 한상호 당시 대표이사는 현대엘리베이터에 1천700억원 및 지연이자를 배상해야 합니다.


지난 10년간 불굴의 의지로 싸워 온 쉰들러 및 관련자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하며, 또한 공정한 판결을 해 주신 우리 대법원에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본건 소송의 간단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2006년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상선 지분 26.68% 취득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최대 주주 자리를 잃게 되자 2006년부터 2013년까지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케이프포춘, 넥스젠캐피탈, NH투자증권, 교보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과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하여 케이프포춘 등이 현정은에게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되 손익은 현대엘리베이터가 모두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보다 더 높은 지분율을 유지하였고(당시 현대엘리베이터가 체결한 파생상품 계약은 현대상선 총 주식의 13.33%에 해당하는 규모), 이후 현대상선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무리한 파생상품 거래로 인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파생상품 거래 손실 규모는 710억원, 평가손실은 4,291억원에 달하였습니다. 


쉰들러는 이러한 무리한 파생상품 거래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 범주를 벗어난 현정은 회장의 그룹에 대한 지배력 유지를 위한 수단이며, 상호저축은행법 제37조에 명시된 신용공여금지 조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였고,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로서 2013년 11월경 현대엘리베이터의 감사들에게 현대엘리베이터의 대표이사 또는 이사였던 현정은, 한상호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할 것을 서면으로 청구하였고, 현대엘리베이터가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자 현정은, 한상호 등을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1심 법원인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2016. 8. 24. 현대엘리베이터 이사들이 엘리베이터의 최대 이익에 부합한다는 합리적 신뢰 하에 신의성실에 따라 경영상 판단을 하였다며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2019. 9. 26.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현정은 회장에게 170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2023. 3. 30.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을 확정하여 현정은, 한상호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의 이사'가 특정 계약을 체결할 때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지켰는지를 판단할 법적 기준으로,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발행 신주를 인수할 경우 이사는 해당 계열사의 자기 회사 영업에 대한 기여도, 유상증자 참여로 인한 재정적 부담과 이익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증권처럼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의 적대적 인수·합병 위험 해소를 위해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상황에도 해당 계열사 경영권 유지·상실로 인한 자기 회사의 이익·불이익 정도, 사업 지속 가능성 등을 따져야 한다. 이사는 다른 이사가 선량한 관리자로서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지를 감시·감독할 의무를 부담하며, 특정 이사가 다른 이사의 직무 수행으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감시·감독의 의무를 진다.”


위 대법원 판결은 우리 기업거버넌스와 자본시장에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지배주주의 이익 혹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자회사, 종속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남용하여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침해하는 부당한 관행을 차단하였습니다. 본건 소송에서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계약에 대해서, 1심은 경영판단의 범위 내라고 보았고, 2심은 지배력 남용 및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으로 보았기 때문에, 대법원의 입장에 엄청난 관심이 집중되었는데, 본건소송에서 우리 대법원은 위와 같은 부당한 거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 법원은 지배력이나 경영권 방어를 위하여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침해하는 거래에 대해서 매우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본건 판결은 이러한 우리 법원의 입장을 확실히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판결로 말미암아 지배력에 중대한 변화가 초래되더라도 법원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본건 판결에 의하여 현정은 회장은 지연이자까지 합하여 3천억이 넘는 손배배상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현정은 회장은 2심 판결 이후 일부 손해배상을 공탁하였고 현재 막대한 금액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만일 2심 판결이 확정된다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배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수도 있게 됩니다. 따라서 대법원이 3년도 넘게 판결을 미룬데는 엄청난 부담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하여 부당하고 불법적인 관행을 근절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거버넌스 역사에 일대 도약이라고 평가합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국민연금은 현대엘리베이터의 5% 지분으로 3대주주인데 쉰들러가 10년간 소송할 동안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는데,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상으로도 주주대표소송 등 적극적 주주권행사가 요구되고 있고, 현대엘리베이터는 점유율 40%가 넘는 과점기업이므로 국민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도 국민연금은 쉰들러에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둘째, 쉰들러는 2018년에 우리 정부를 상대로, 네덜란드 헤이그중재재판소에, 2013년 경 쉰들러의 적대적 인수 시도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유상증자를 금융감독원이 승인하는 과실로 쉰들러에 수천억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ISD중재신청을 제기하였는데,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목적의 불법, 부당한 편법에 금융감독원 등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감시, 감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대법원이 3년이 넘는 세월 동안 판결을 미루다가 올해 들어 판결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우리 기업거버넌스 개혁을 위한 최근의 괄목할만한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고 생각됩니다. 어느 나라에서도 법원이 여론이나 사회적 공감대를 앞질러 진보적인 판결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법원이 기업거버넌스에 대해서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이라고 하지만, 우리 주주, 임직원, 시민들이 기업거버넌스 개혁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사회적 합의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우리 법원도 틀림 없이 공정한 판결을 하리라 확신합니다. 


본건 소송에서는 외국인인 쉰들러가 앞장서서 10년을 이끌어 왔다면 이제부터는 우리 주주와 국민들이 이끌어 가야 합니다. 특히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쉽코드를 준수하며 자본시장의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권리는 자신이 지키며 아무도 지켜 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고, 우리 법원을 신뢰하고 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주권리를 행사하고 지켜가야 할 것입니다. 



2023. 04. 04.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김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