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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논평]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 신년 기자간담회에 대한 유감

20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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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 신년 기자간담회에 대한 유감


팩트가 틀린 자화자찬의 기자회견

일본거래소 야마지 CEO의 자본시장에 대한 진심 배워라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 부족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시킨다



“지난해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소각은 사상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밸류업 정책은 상당히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월 11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와 같이 자평했다.


대단히 실망스럽다. 팩트가 틀렸을 뿐 아니라 미사여구로 점철된 보도자료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밸류업 핵심 이슈인 주주권리, 투자자 보호, 이사회 독립성, 자본비용, 자본배치 등 용어가 보이지 않는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정 이사장의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안일한 인식도 놀랍다. 해외에서 한국 증시는 빠른 속도로 존재감 없는, 변두리 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초일류 장기투자자들을 회원사로 둔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 (ACGA, Asian Corporate Governance Association)는 작년 12월 후퇴하는 기업거버넌스 개혁을 핵심 이유로 꼽으며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시장과 기업들의 존재감 하락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2016년 MSCI 이머징마켓 인덱스에서 한국 비중이 16%로 1위 중국(17%)과 근소한 2위였는데, 24년 10월 기준  9%로 하락해 국가 순위 및 비중도 중국(25%), 인도(20%), 대만(19%)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ACGA는 한 국가 비중이 10% 미만이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의미있는 시장으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300명 국회의원들에게 상법개정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바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정 이사장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는 24년 2월15일에 취임했다. 이사장 재직 1년간 코스피는 약 3% 하락했다.  자본시장에서 주주들이 기대하는 요구수익률은 약 10%인데 투자자들은 오히려 손해를 봤다. 작년말 코스피 PBR 0.84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0.94배 보다 낮았다. MSCI 계산에 따르면 금년 1월 기준 한국시장의 PER 8.4배, PBR 0.96배로, 밸류업 계획을 세우던 작년 4월 각각 11배, 1.1배 보다 밸류에이션이 오히려 낮아졌다. 지난 1년간 거래소가 밸류업 정책 홍보하는 동안 국내 증시는 후퇴한 셈이다.


“밸류업 정책은 상당히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정 이사장 견해에 대부분 외국투자자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지속적인 외국인 주식매도가 이를 반증한다. 국내투자자 역시 대단히 실망했다. 국내 간판기업인 삼성전자는 아직도 밸류업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한국 증시가 해외투자자 신뢰를 잃은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상장사들이 중복상장을 계속 추진하기 때문이다. 작년말 이후 대규모 IPO 추진하는 기업 대부분이 이미 모회사가 상장된 중복상장에 해당된다. 금년에도 (주)LG가 자회사 LG CNS를 중복상장했다. 국내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상장사가 보유한 타 상장사 지분 시장가치/전체 시가총액)은 18%로 미국(0.4%), 중국(2.0%), 일본(4.4%), 대만(3.2%)에 비해 높다. 외국증권사와 로펌의 코칭을 받는 대기업들은 모자회사 중복상장 논란에 대한 당국의 엄격한 잣대, 국내투자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피해 이제는 해외 상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차에 이어 두산에너빌리티가 외국자회사를 각각 인도와 체코에 현지 상장했다. LG전자도 알토란 같은 인도자회사를 현지 상장 준비 중이다.


중복상장은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는 밸류업 아닌 밸류파괴이며, 시장 전체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심각해진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엔비디아, 아마존 등 각각 수백개의 자회사, 수천개의 손자회사 거느리고 있지만 증시에 상장된 회사는 모회사 한 곳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앞장서야할 정 이사장은 간담회에서 자회사의 중복상장 문제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과 투자자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개별기업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존중돼야 향후 한국 산업 경쟁력도 발전할 것”이라는 정 이사장의 발언은 거래소의 주요 임무가 투자자 보호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거버넌스 개혁을  주도하는 노무라증권 IB대표 출신 야마지 히로미 일본거래소 CEO와 정 이사장은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진정성에서 대비된다. 야마지 CEO는 자본비용, 주가밸류에이션, 자본배치, 주주권리, 이사회 독립성 등 거버넌스 핵심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본 기업들이 과거로 돌아가지 못할 정도로 개혁을 뿌리깊게 추진하고 있다.


거래소는 상장기업 숫자만 늘리려는 단순한 KPI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분별한 중복상장으로 기업가치가 감소하면 투자자 뿐만 아니라 거래소도 손해본다. 상장회사 수만 늘리는데 집중해 왔던 거래소 정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일말의 책임이 있다. 거래소는 이제라도 규모가 아닌 질적 성장으로 정책 목표를 대전환해야 한다.


글로벌 선진지수 편입 노력을 하겠다는 정 이사장의 전략도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무지를 나타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확대에 따라 한국 시장과 기업의 시총이 과거보다 작아져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존재감이 없어졌다. 공매도 금지, 거버넌스 개혁 후퇴 등 이유로 MSCI 선진지수 편입 가능성은 당장 없지만, 거래소가 추진하겠다고 밝히는대로 한국이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된다면 이는 축복이 아니고 재앙이 될 수 있다. 외국투자자는 보유 필요가 없는 중소형주 거의 모두 매도할 것이고, 국내 대형주는 (선진시장 기준으론) 시총이 크지 않으므로 삼성전자, 현대차, KB금융 등 극히 몇몇 대형주만 명맥을 유지할 것이다. 삼성전자도 경쟁력이 더 악화된다면 선진시장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대신 미국 마이크론 주식 보유로 만족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MSCI 이머징 마켓에서도 10% 미만으로 비중이 떨어졌는데 헛된 선진지수 편입을 논할 것이 아니라 이머징 지수에서 대만부터 따라잡기 위한 현실적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어떨까?



2025. 2. 14.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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