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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논평] 이재용 회장 2심 판결, 자본시장에 무거운 숙제를 던졌다.

202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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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2심 판결, 자본시장에 무거운 숙제를 던졌다.



-  무죄 판결 속에서 인정된 수많은 ‘부적절한 행위’, 형사적으로 처벌되지 않는 부적절한 행위도 

시장 신뢰를 무너뜨리기에는 충분할 수 있다.


-  형사 처벌에 의한 기업 거버넌스 문제 해결 한계에 도달했다. 상법 개정을 기초로 한 주주에 

의한 일반적 감시 시스템 정상화가 절실하다.





이번 주 월요일(2/3), 삼성물산 합병 건에 관한 이재용 회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서울고등법원은 1심과 동일하게 19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크게 나누어 자본시장법 위반, 외부감사법 위반(회계부정), 업무상 배임으로 구분되는 쟁점에 대해 항소심 법원은 일관성 있게 아래와 같이 판단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이러한 부적절한 행위를 하였으나, 형사 처벌할 정도는 아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의심의 여지 없는 엄격한 증명’이라는 법리를 갖고 있는 형사 처벌은 복잡한 이해관계의 균형과 형평을 찾아야 하는 자본시장과 기업 거버넌스에 관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간단히 말해, 형사적으로 처벌되지 않는 부적절한 행위도 시장 신뢰를 무너뜨리기에는 충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이 인정한 다양한 ‘부적절한 행위’, 즉 증권사 분석보고서 발표 개입, 과장된 장래 계획에 대한 공표, 국민연금 설득 과정에서 진행된 대통령 로비, 사전 동의 없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연락처 활용, ‘17만 원’이라는 목표 주가를 설정한 자사주 매입,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라는 결론을 위한 문서 조작 등 부적절한 행위, 회계기준에 비추어 일부 미흡한 공시 등은 모두 형사 처벌에는 부족하였다고 판단되었지만 건전한 시장 신뢰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모두 없어야 하는 행위임이 명확하다.

이러한 행위들은 무죄 판결이라는 지우개로 결코 지워져서는 안될 무거운 숙제다.


이번 판결은 검사에 의한 형사 기소라는 경직되고 제한적인 방식이, 규모와 깊이가 날로 더해지고 있는 우리 자본시장의 신뢰와 기업 거버넌스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데 명확한 한계에 도달했음을 잘 보여준다.

합병 관련 업무상 배임이 형사적으로 무죄라고 해서, 자본시장에서 주가와 정보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부적절한 행위나 결론을 정하고 자료를 짜맞추는 회계처리가 허용될 수 있다는 신호가 법원으로부터 나와서는 결코 안되기 때문이다.


수사기관과 감독기관의 자원은 제한적이다. 그리고 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많은 회사에서 ‘의심의 여지 없는 엄격한 증명’이 사실상 불가능한 다양한 행위에 의해 투자자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고 있는 것이 우리 자본시장의 현실이다.

사안에 따라 다양한 이해관계를 세밀하게 다룰 수 있는 회사법 원칙을 기초로 하고 주주에 의한 일반적 감시가 제대로 작동해야만 이러한 전반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판결이 대법원 판결도 이사가 ‘주주에 대한 의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는 사실은 오히려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주로 구성된 주식회사의 이사가 주주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그와 같이 법을 해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또다시 보여준 예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시하는 상법 개정 없이는 현실적으로 주주에 의한 일반적 감시가 어렵다는 점을 재차 확인 받은 것과 같다. 다시 말하면, 상법 개정은 이번 판결로 던져진 수많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첫 걸음이다.


삼성물산 합병 사건이 수많은 ‘부적절한 행위’의 기록만 남기고 잊혀져서는 안된다.

이러한 ‘부적절한 행위’를 형사 처벌이 아닌 다른 어떤 방법으로 제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정부는 물론 자본시장의 모든 참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그래도 결국 무죄”라는 인식이 퍼진다면 기초적인 신뢰 없는 우리 자본시장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萬藥)을 처방해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공염불로 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5. 2. 6.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부회장 천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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