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입장] 동원산업 합병비율 불공정 관련 기자회견 낭독문 전문

동원산업 합병비율 불공정 관련 기자회견

 

1. 간단한 사실관계

동원산업은 상장사이고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비상장사이므로, 자본시장법에 의거하여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은 시가 또는 순자산가치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가액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의 가중평균으로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 산정 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보유하고 있는 상장 종속기업인 동원산업, 동원에프앤비, 동원시스템즈의 가치이고, 이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에서 모두 시가 기준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따라서 본건은 표면적으로는 상장사와 비상장사 간의 합병이지만, 실제로는 상장사 간의 합병 시 주가가 저평가된 정도에 따라 합병비율이 결정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사례와 유사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뿐만 아니라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종속회사인 동원산업의 합병이기 때문에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로서 전형적인 이해충돌 행위이므로 훨씬 엄격한 공정성이 요구됩니다.


2. 본건 합병비율 산정방식의 문제점

동원엔터프라이즈 가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종속기업 동원시스템즈에 대한 지분 가치입니다. 평가기준일에 동원시스템즈는 PBR 2.6배, 5년평균 지배손익 기준 PER 34.2배로, 동원산업의 PBR 0.6배, PER 6.7배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가격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동원시스템즈는 고평가되고, 동원산업은 저평가된 시점에 이번 합병이 결정되었습니다. 동원산업의 이사회가 독립적이라면 동원산업의 주주에게 매우 불리한 이런 시점에 합병을 결의해서는 안 됩니다. 회사 측에서는 시가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결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동원산업의 이사회는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대주주와 독립적으로 판단하여 의사결정 할 선관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ESG 위원회까지 있기에 금번 결정은 무척이나 실망스럽습니다. 서울대 로스쿨 송옥렬 교수 등 학계에서의 의견도 합병비율의 불공정은 단순히 주주 간의 문제가 아닌, 회사에 대한 선관의무 위반이며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1년 개정상법은 제398조에 “그 거래의 내용과 절차는 공정해야 한다”고 추가하여, 합병비율이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외부용역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충분히 공개하고 검토해야 함을 명확히 하였는데, 본건 관련 이사회결의에는 아무런 검토 내용이 없습니다.


3. 제도적 불공정

상장사의 합병비율과 반대주주 매수청구권의 가격을 시가로 결정할 수 있게 규정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5 제1항은 OECD 국가 중 유일한 입법례입니다. 특히 본건 동원산업의 합병과 같이 모자회사 간 혹은 계열사 간 합병에서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여 대주주의 지분율을 늘리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기 때문에 반드시 폐기되어야 합니다.


4. 우리 포럼의 입장

원양어업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동원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내신 창업자 김재철 회장님을 높이 평가합니다. 김재철 명예회장님, 김남정 부회장님께서는 아마도 본건 합병비율이 왜곡되어 있어 본인들이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것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워런 버핏은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잃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부디 이번 합병 결정을 주도한 임원들의 잘못된 충정심을 바로잡으시어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동원그룹의 명성을 지켜나가시기를 희망합니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본건 합병비율은 동원산업 및 일반주주들의 가치를 침탈하고, 대주주의 지분율을 늘리는 결정으로 명백히 불공정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우선 동원산업 전체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동원산업의 이사회는 동원산업의 주가가 저평가되고 상대 회사의 주가는 고평가된 현재 시점에 합병을 추진해서는 안 됩니다. 만일 할 경우에는 적어도 시가보다 높은 순자산가치를 사용하여 합병가액을 결정해야 합니다. 작년에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증발공)이 개정되면서, 이제는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도 순자산가치를 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결재무제표를 사용하면 종속회사가 투자자산으로 반영되지 않고 종속회사의 장부가로 그대로 더해지므로, PBR 1배에 연결 종속회사들의 가치가 반영됩니다. 따라서 동원시스템즈의 고평가로 인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가액 왜곡이 사라지고, 동원산업도 스타키스트의 가치 재평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합병가액이 합리적으로 재조정되게 됩니다.

대한민국 증시는 오랫동안 저평가되어 왔습니다. 저희들은 베트남이나 중국보다 못한 기업 거버넌스 문제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본건과 같이 일반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의사결정이 계속하여 반복될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영원히 해소될 수 없을 것입니다. 현재 동원산업 주주모임이 결성되고 있고, 주주모임에서는 소송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본 포럼은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하여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묵과할 수 없으며, 이를 통해 점차 한국의 기업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022.04.21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김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