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 상장, 한국의 지주회사 제도를 진지하게 돌아볼 때가 되었다
- 주주간 이해충돌과 경제력 집중 문제를 심화시키는 모자회사 동시상장,
중대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요인이라는 점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 하나의 사업에는 하나의 주식만. 자본시장의 가장 단순한 원칙과 신뢰를 위해
지주회사든 자회사든 하나만 남기도록 하는 정책적 논의를 시작할 때다
지난 주, LG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인 LG CNS가 상장을 위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희망 공모가 최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약 6조 원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 날 ‘중복상장이 아니다’라는 CEO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오래 전 설립했고, 지주회사에서 물적분할한 회사가 아니며, 오랫동안 비상장 거래소에서 거래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중복상장 문제에 관해서 사실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따른 ‘물적분할 후 5년 전 상장’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원래 LG CNS의 가치가 지주회사인 (주)LG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LG의 주요 자회사들은 이미 대부분 중복상장 되어있다.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HS애드 등 주요 자회사들은 이미 모두 상장되어 있으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디앤오, LG경영개발원, LG스포츠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LG CNS가 (주)LG의 유일한 대규모 비상장 자회사였다.
따라서 기존에 LG CNS의 사업을 소유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주)LG의 주식을 사는 것이었는데, LG CNS 상장 이후에는 LG CNS에 직접 투자하면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LG 주식을 살 이유가 없어진다.
(주)LG의 자산이나 이익에서 극히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디앤오나 LG경영개발원, LG스포츠 사업을 소유하기 위해 (주)LG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LG CNS 상장으로 (주)LG의 모든 주요 자회사들이 상장된 상황에서, (주)LG 주식은 고아 주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참고자료: LG 그룹 계열도)

*출처: LG CNS 증권신고서
이번 IPO에서 신주모집을 통해 LG CNS가 조달하는 자금은 약 6천억원이다. 만일 IPO를 하지 않고 주주배정 증자를 했다면 대주주 (주)LG가 부담해야 되는 자금은 약 3,100억원이다.
현재 (주)LG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순현금은 약 1.5조원이므로 자금 여력은 넘친다. 2대주주 PE의 구주매출과 장내매도를 통한 엑싯 목적 외에 굳이 IPO를 해서 모자회사 중복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유발할 이유가 있을까?
중복상장의 근본적 원인, 지주회사 제도 근본적 개선 논의 시작되어야
LG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많은 족적을 남겨 왔다. 2002년 최초로 인적분할 후 현물출자 방식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한 후 170개 이상의 기업집단이 이를 따랐고, 2020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자본시장 제도 개선 논의를 촉발시켰다.
이번 LG CNS 상장을 바라보며, 중복상장 문제의 뿌리인 한국의 지주회사 제도에 대한 근본적이고 진지한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지주회사는 기본적으로 경제력 집중을 쉽게 하기 위한 제도다.
지배주주가 자기 돈이 아닌 회사 돈으로 자회사를 간접 지배하고 손자회사, 증손회사로 계속 지배력을 확대시켜 나갈 수 있는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19세기 말까지 미국에서 금지되었고, 2차 대전 이후 일본에서 해체된 후 오랫동안 금지되었으며, 우리 공정거래법에서도 1998년 이전까지 금지되었었다.
이런 지주회사가 ‘지배구조 투명화’라는 명목 하에 허용된 가장 큰 이유는 한국 대기업집단의 복잡한 순환출자 때문에 기업 매각 등 구조조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의 돈으로 쉽게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지주회사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자회사나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도록 하는 보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세법으로 자회사 지분율이 80% 미만이 되면 자회사 배당에 대한 모회사 법인세 면제 혜택을 대폭 줄인다 (연결납세에서 제외).
한국의 지주회사는 지배주주와 가족들의 영속적 절세 및 지배 수단으로 변질 중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지분율 하한은 1998년 도입시의 30% 그대로다. 오히려 2004년 개정시 20%로 내려갔다가 2021년에서야 다시 30%로 올라왔다.
세금은 미국과 정반대다. 자회사가 모회사로 배당할 때 지분율이 20%만 넘으면 배당소득에 대한 모회사 법인세가 80% 면제된다. 지분율 50% 이상이면 전부 면제다.
LG 방식으로 지주회사 만들 때 지배주주가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를 주식 처분시까지 미뤄주는 제도는 또다시 2026년까지 연장되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38조의2).
게다가 지난 2010년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주회사 주식을 ‘상속’해도 양도소득세 납부를 미뤄주도록 한 잘못된 법 개정은 아직도 바로 잡히지 않고 그대로다.
2025년, 도입 27년이 된 한국의 지주회사는,
1) 무려 70%의 타인 자본을 이용한 자회사로 지배주주의 지배력 확장을 인정 받고,
2) 절반도 되지 않는 지분을 보유하고도 자회사의 다른 주주는 종합소득 분리과세도 받지 못하는 자회사 배당 소득세를 80% 면제 받으며,
3) 지주회사의 지배주주가 원래 냈어야 하는 양도소득세는 자손 대대로 면제되는,
그야말로 창업 가족들의 영속적인 기업집단 지배 유지를 위한 최적의 법인 도구로 진화 중이다.
지주회사 디스카운트 덕분에 같은 돈으로 20배 이상의 지배 효익 누려
게다가 결정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지주회사 디스카운트’다.
한국 주요 지주회사의 PBR (주가 순자산 비율)과 지배주주 개인 지분율 (특수관계인 제외)을 보자.

평균 PBR 0.4. 이렇게 한국의 지주회사에는 ‘적은 돈으로 많은 자회사를 지배하면 할 수록 좋은’, 간단히 다시 말하면 ‘주가가 낮으면 좋은’ 지배주주의 이해관계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그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의한 자회사 지분율 30% 제도 만으로도 가진 지분율의 8배 이상의 효과를 누리고 있는 한국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다 (2024년 공정위 발표 기준, 기업집단의 평균 동일인 지분율 7.32% 기업집단 내부 지분율 60.03%로 의결권 승수 8.2).
그런데 위와 같이 평균 PBR 0.4 수준으로 심각한 지주회사 디스카운트까지 고려하면 그 효익은 20배 이상으로 높아진다 (지주회사의 순자산가치, 즉 PBR 1 대비). 즉, 한국 기업집단의 지배주주는 낮은 자회사 지분율 규제와 지주회사 디스카운트 덕분에 그룹 전체에 대해 같은 돈으로 20배 이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지배주주들은 종종 차등의결권 주식이나 황금주, 포이즌필 도입을 주장하지만 이미 한국에는 20배짜리 차등의결권 주식 또는 포이즌필이 도입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주주총회 결의도, 정관상 규정도 없이 지난 수십년 동안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이전시켜 이런 효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이런 기업집단의 심각한 불평등 구조가 지속가능할까?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와 함께 상장 폐지 등 구조 개편 논의 시작해야
한국은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상장회사의 8~18%가 중복상장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이웃 일본도 과거 비슷한 상태였지만, 이미 10여년 전부터 모자회사 동시상장과 상호주(정책주)의 문제점을 정확히 깨닫고 그 해소를 위해 노력한 결과 중복상장이 줄어들고 자본시장 정상화를 이루는데 큰 효과를 본 바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히타치 그룹이다.
전형적인 문어발식 대기업이었던 히타치는 파산 위기에 몰렸던 2010년, 독립성 높은 이사회의 지지와 견제 하에 IT와 인프라 분야로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을 매각하거나 상장을 폐지하여 22개였던 상장 자회사가 이제 하나도 없다.
오랜 개혁의 결과가 반영되어, 2021년 이후 히타치의 주가는 4배 넘게 상승했고, 2024년에만 전년 대비 90% 상승을 이뤘다.
한국에서 이런 선택과 집중에 의한 개혁이 가능할까?
지주회사 구조를 지금과 같이 방치하면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내 돈 없이 남의 돈으로 쉽게 다른 사업을 하고 그룹 내부거래를 통해 적당한 매출과 이익을 낼 수 있는데 누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모험적인 신사업에 도전하겠는가?
‘책임경영’이란 지배주주가 지주회사 지분율을 조금 높이는 것이 아니다.
자회사에 대해 최소한 50%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하도록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상장 폐지나 매각 등을 통해 중복상장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 100% 자회사를 두고 지주회사만 상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기업집단이 하나의 사업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 관계 없는 다양한 사업을 하는 한국의 기업집단에서 지주회사만 상장하는 것이 자본시장 관점에서 반드시 바람직한 지, 아니면 ‘하나의 사업에 하나의 주식’이라는 자본시장의 단순한 기본을 어떤 다른 방법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등의 논의가 속히 시작되어야 한다.
자본시장 개선을 넘어, 선진국 문턱에서 휘청이고 있는 한국 경제와 사회 전체의 백년대계를 위한 주제 중 하나로 반드시 필요한 논의다.
2025. 1. 13.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부회장 김형균, 천준범
LG CNS 상장, 한국의 지주회사 제도를 진지하게 돌아볼 때가 되었다
- 주주간 이해충돌과 경제력 집중 문제를 심화시키는 모자회사 동시상장,
중대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요인이라는 점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 하나의 사업에는 하나의 주식만. 자본시장의 가장 단순한 원칙과 신뢰를 위해
지주회사든 자회사든 하나만 남기도록 하는 정책적 논의를 시작할 때다
지난 주, LG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인 LG CNS가 상장을 위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희망 공모가 최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약 6조 원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 날 ‘중복상장이 아니다’라는 CEO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오래 전 설립했고, 지주회사에서 물적분할한 회사가 아니며, 오랫동안 비상장 거래소에서 거래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중복상장 문제에 관해서 사실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따른 ‘물적분할 후 5년 전 상장’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원래 LG CNS의 가치가 지주회사인 (주)LG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LG의 주요 자회사들은 이미 대부분 중복상장 되어있다.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HS애드 등 주요 자회사들은 이미 모두 상장되어 있으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디앤오, LG경영개발원, LG스포츠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LG CNS가 (주)LG의 유일한 대규모 비상장 자회사였다.
따라서 기존에 LG CNS의 사업을 소유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주)LG의 주식을 사는 것이었는데, LG CNS 상장 이후에는 LG CNS에 직접 투자하면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LG 주식을 살 이유가 없어진다.
(주)LG의 자산이나 이익에서 극히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디앤오나 LG경영개발원, LG스포츠 사업을 소유하기 위해 (주)LG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LG CNS 상장으로 (주)LG의 모든 주요 자회사들이 상장된 상황에서, (주)LG 주식은 고아 주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참고자료: LG 그룹 계열도)
*출처: LG CNS 증권신고서
이번 IPO에서 신주모집을 통해 LG CNS가 조달하는 자금은 약 6천억원이다. 만일 IPO를 하지 않고 주주배정 증자를 했다면 대주주 (주)LG가 부담해야 되는 자금은 약 3,100억원이다.
현재 (주)LG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순현금은 약 1.5조원이므로 자금 여력은 넘친다. 2대주주 PE의 구주매출과 장내매도를 통한 엑싯 목적 외에 굳이 IPO를 해서 모자회사 중복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유발할 이유가 있을까?
중복상장의 근본적 원인, 지주회사 제도 근본적 개선 논의 시작되어야
LG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많은 족적을 남겨 왔다. 2002년 최초로 인적분할 후 현물출자 방식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한 후 170개 이상의 기업집단이 이를 따랐고, 2020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자본시장 제도 개선 논의를 촉발시켰다.
이번 LG CNS 상장을 바라보며, 중복상장 문제의 뿌리인 한국의 지주회사 제도에 대한 근본적이고 진지한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지주회사는 기본적으로 경제력 집중을 쉽게 하기 위한 제도다.
지배주주가 자기 돈이 아닌 회사 돈으로 자회사를 간접 지배하고 손자회사, 증손회사로 계속 지배력을 확대시켜 나갈 수 있는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19세기 말까지 미국에서 금지되었고, 2차 대전 이후 일본에서 해체된 후 오랫동안 금지되었으며, 우리 공정거래법에서도 1998년 이전까지 금지되었었다.
이런 지주회사가 ‘지배구조 투명화’라는 명목 하에 허용된 가장 큰 이유는 한국 대기업집단의 복잡한 순환출자 때문에 기업 매각 등 구조조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의 돈으로 쉽게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지주회사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자회사나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도록 하는 보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세법으로 자회사 지분율이 80% 미만이 되면 자회사 배당에 대한 모회사 법인세 면제 혜택을 대폭 줄인다 (연결납세에서 제외).
한국의 지주회사는 지배주주와 가족들의 영속적 절세 및 지배 수단으로 변질 중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지분율 하한은 1998년 도입시의 30% 그대로다. 오히려 2004년 개정시 20%로 내려갔다가 2021년에서야 다시 30%로 올라왔다.
세금은 미국과 정반대다. 자회사가 모회사로 배당할 때 지분율이 20%만 넘으면 배당소득에 대한 모회사 법인세가 80% 면제된다. 지분율 50% 이상이면 전부 면제다.
LG 방식으로 지주회사 만들 때 지배주주가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를 주식 처분시까지 미뤄주는 제도는 또다시 2026년까지 연장되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38조의2).
게다가 지난 2010년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주회사 주식을 ‘상속’해도 양도소득세 납부를 미뤄주도록 한 잘못된 법 개정은 아직도 바로 잡히지 않고 그대로다.
2025년, 도입 27년이 된 한국의 지주회사는,
1) 무려 70%의 타인 자본을 이용한 자회사로 지배주주의 지배력 확장을 인정 받고,
2) 절반도 되지 않는 지분을 보유하고도 자회사의 다른 주주는 종합소득 분리과세도 받지 못하는 자회사 배당 소득세를 80% 면제 받으며,
3) 지주회사의 지배주주가 원래 냈어야 하는 양도소득세는 자손 대대로 면제되는,
그야말로 창업 가족들의 영속적인 기업집단 지배 유지를 위한 최적의 법인 도구로 진화 중이다.
지주회사 디스카운트 덕분에 같은 돈으로 20배 이상의 지배 효익 누려
게다가 결정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지주회사 디스카운트’다.
한국 주요 지주회사의 PBR (주가 순자산 비율)과 지배주주 개인 지분율 (특수관계인 제외)을 보자.
평균 PBR 0.4. 이렇게 한국의 지주회사에는 ‘적은 돈으로 많은 자회사를 지배하면 할 수록 좋은’, 간단히 다시 말하면 ‘주가가 낮으면 좋은’ 지배주주의 이해관계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그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의한 자회사 지분율 30% 제도 만으로도 가진 지분율의 8배 이상의 효과를 누리고 있는 한국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다 (2024년 공정위 발표 기준, 기업집단의 평균 동일인 지분율 7.32% 기업집단 내부 지분율 60.03%로 의결권 승수 8.2).
그런데 위와 같이 평균 PBR 0.4 수준으로 심각한 지주회사 디스카운트까지 고려하면 그 효익은 20배 이상으로 높아진다 (지주회사의 순자산가치, 즉 PBR 1 대비). 즉, 한국 기업집단의 지배주주는 낮은 자회사 지분율 규제와 지주회사 디스카운트 덕분에 그룹 전체에 대해 같은 돈으로 20배 이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지배주주들은 종종 차등의결권 주식이나 황금주, 포이즌필 도입을 주장하지만 이미 한국에는 20배짜리 차등의결권 주식 또는 포이즌필이 도입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주주총회 결의도, 정관상 규정도 없이 지난 수십년 동안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이전시켜 이런 효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이런 기업집단의 심각한 불평등 구조가 지속가능할까?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와 함께 상장 폐지 등 구조 개편 논의 시작해야
한국은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상장회사의 8~18%가 중복상장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이웃 일본도 과거 비슷한 상태였지만, 이미 10여년 전부터 모자회사 동시상장과 상호주(정책주)의 문제점을 정확히 깨닫고 그 해소를 위해 노력한 결과 중복상장이 줄어들고 자본시장 정상화를 이루는데 큰 효과를 본 바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히타치 그룹이다.
전형적인 문어발식 대기업이었던 히타치는 파산 위기에 몰렸던 2010년, 독립성 높은 이사회의 지지와 견제 하에 IT와 인프라 분야로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을 매각하거나 상장을 폐지하여 22개였던 상장 자회사가 이제 하나도 없다.
오랜 개혁의 결과가 반영되어, 2021년 이후 히타치의 주가는 4배 넘게 상승했고, 2024년에만 전년 대비 90% 상승을 이뤘다.
한국에서 이런 선택과 집중에 의한 개혁이 가능할까?
지주회사 구조를 지금과 같이 방치하면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내 돈 없이 남의 돈으로 쉽게 다른 사업을 하고 그룹 내부거래를 통해 적당한 매출과 이익을 낼 수 있는데 누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모험적인 신사업에 도전하겠는가?
‘책임경영’이란 지배주주가 지주회사 지분율을 조금 높이는 것이 아니다.
자회사에 대해 최소한 50%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하도록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상장 폐지나 매각 등을 통해 중복상장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 100% 자회사를 두고 지주회사만 상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기업집단이 하나의 사업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 관계 없는 다양한 사업을 하는 한국의 기업집단에서 지주회사만 상장하는 것이 자본시장 관점에서 반드시 바람직한 지, 아니면 ‘하나의 사업에 하나의 주식’이라는 자본시장의 단순한 기본을 어떤 다른 방법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등의 논의가 속히 시작되어야 한다.
자본시장 개선을 넘어, 선진국 문턱에서 휘청이고 있는 한국 경제와 사회 전체의 백년대계를 위한 주제 중 하나로 반드시 필요한 논의다.
2025. 1. 13.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부회장 김형균, 천준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