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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대표] 기관투자자들이여, 세상의 변화를 읽자 | 뉴스웨이 - 류영재의 ESG 전망대 02

운영진
2022-04-22
조회수 304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억만장자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최근 이례적 행보를 하고 있다. 그는 맥도날드 돼지고기 납품업체의 사육환경 개선을 주장하며 오는 5월 맥도날드 정기 주주총회에서 2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 업체 크로거에도 맥도날드와 같은 이슈를 제기하며 역시 이사 후보 두 명을 추천했다. 맥도날드와 크로거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암퇘지를 '임신용 우리'라는 협소한 쇠틀 속에 가둬 임신-출산-수유를 반복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동물 학대이기에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칸의 주장이다.

이러한 모습은 과거 그의 투자행보와 전혀 다르다. 과거 그는 투자대상 기업에 대해 유휴자산이나 수익이 적은 사업부를 매각한 후 주주환원, 감원, 고배당,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 오로지 주가 상승을 견인할 이슈에만 집중했다.


때로는 그린메일 등의 방식도 취한 터라 우리는 그를 '독수리투자자' 혹은 '벌처펀드 운용자'로도 불렀다. 그런 그가 사회 운동가 혹은 동물복지 운동가로 변신이라도 한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뒤로 미루고 또 다른 사례 하나를 보자. 지난 2018년 자나 파트너스라는 미국 헤지펀드는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과 연합해 'IT업계 거물' 애플에 주주관여를 했다.

이들이 제기한 이슈는,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과몰입 및 중독 문제'다. 즉 이들은 아동들이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집중력, 학습 능력, 정서발달, 수면 및 공감능력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에 주목한 것이다.

이들 투자기관들은 애플에 부모들이 자녀들의 아이폰 사용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이러한 장치가 도입된다면 부모들이 보다 편안하게 자녀들을 위한 아이폰을 구매할 것이므로 애플사의 판매실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투자자로서 사회적 책임이란 명분도, 기업 가치 제고의 실익도 챙긴 일거양득 제안인 셈이다.  

애플은 이들 투자기관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2018년 런칭한 iOS12에 다운타임과 스크린타임이란 장치를 개발하여 탑재했다. 다운타임은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아이폰 사용이 중단되는 기능이다. 스크린타임은 사용시간 동안의 방문 사이트들을 구분해 알려주는 기능으로서 도박, 게임, 포르노 사이트 등의 이용시간들도 일목요연하게 나타난다.

세 번째 또 다른 사례도 있다. 90년대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던 피델리티 밸류펀드의 운용자였던 제프 우벤은 그곳을 나와 밸류액트라는 헤지펀드를 설립했다. 밸류액트는 포토샵과 PDF 파일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어도비에 대한 투자 사례로 널리 알려졌다.

어도비는 1982년 포스트스크립트를 애플에 기술 수출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그러나 2010년 애플이 어도비의 경쟁사인 HTML5를 쓰기 시작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그 여파로 재무상황이 악화되며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2,000여명의 직원들을 해고해야만 했다.

이즈음 밸류액트는 어도비 경영전략의 문제점을 분석한 후 몇 가지 솔루션을 도입하면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하여 그 해 9월부터 11월까지 어도비 지분을 5%까지 늘렸다.

밸류액트는 어도비가 데스크탑 제품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모바일 혁신에 뒤처진 구시대적 경영에만 몰입했다고 진단했다. 그들은 이러한 문제 분석과 솔루션을 어도비 경영진에게 전달했다.

어도비 경영진 역시 밸류액트의 의견에 공감했고 환영했다. 2012년 12월 밸류액트가 6.3%의 지분을 보유하자 어도비는 밸류액트 파트너인 켈리 발로우를 이사회 멤버로 받아 들였다. 즉 투자자와 기존 경영진간 호혜적인 파트너십이 형성된 것이다.

밸류액트는 이사회 의석 중 하나를 차지한 이후 내부의 기존 경영진들이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관점을 제3자적 관점에서 적극 제시했다. 밸류액트의 경영 참여는 뜨거운 물이 든 항아리와 개구리의 이치와 같았다. 항아리 안의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지는 것을 잘 알지 못하지만 항아리 바깥에서는 거품을 보면서 물이 끓고 있음을 쉽게 아는 것과 같은 것처럼 말이다.

밸류액트가 주주 관여에 나선 2011년부터 지분 전량을 매각한 2016년 3월까지 어도비의 주가는 3배 가까이 뛰었다. 주주뿐만이 아니라 어도비의 이해관계자들도 덩달아 혜택을 입었다. 동 기간 임직원 수는 1만명에서 1만 8000명으로 늘었고, 납부한 법인세도 2억200만달러에서 4억43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주주도 이해관계자도 모두가 윈윈이었다.

그렇다면 밸류액트가 지분을 매각 한 이후 어도비 주가는 어떠했을까? 밸류액트가 300달러 수준에서 약 3배 이상 차익을 시현한 이후에도 어도비 주가는 800달러까지 치솟았다. ('ESG 파이코노믹스' pp 190~231 참조)

이제 앞선 질문에 답하겠다. 칼 아이칸을 위시한 위 투자기관들의 변신 배경은 무엇일까? 그답은 스튜어드십과 ESG 투자라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에서 찾을 수 있다. 새로운 시대정신에의 편승인 것이다.

즉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배려의 주주자본주의'로, 기업과의 적대적 법적 싸움에서 우호적 대안 제시적 협력으로의 대전환을 말한다. 전자를 ESG투자라 한다면, 후자는 '스튜어드십'투자인 것이다.

전자에서 기업과 투자자간 논의 이슈가 재무이슈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 이슈로 확장된 것이고, 후자에서 그 논의 방식도 주주대표 소송 등의 법적 수단에서, 협력과 해법 제시의 대화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흔히 '법대로 하라!'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대개 파경을 전제로 한 최후적 수단이자 선언에 가깝다. 설령 법에 따라 승자가 되더라도, 복잡한 현실세계의 진정한 승자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겉으로 남고 뒤로는 지는 게임이다. 현명한 자들의 선택지라고 할 수 없다. 이것이 해외의 유명 주주행동주의자들이 변신하는 이유다.

투자대상 기업이 일으키는 다양한 사회문제, 환경이슈, 경영전략의 문제 등에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결국 투자자와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투자전략이다. 국내에도 위 사례들처럼 세상의 변화를 읽는 그런 기관투자자들이 등장하길 기다려 본다.



원문 보기 http://m.newsway.co.kr/news/view?tp=1&ud=2022042209474033049